4박 6일간 베트남 껀터 결혼이주여성 2명의 친정집 나들이를 베트남 현지에서 취재하며 새삼 많은 것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베트남은 그동안 기회가 없어 이번에 현지 취재를 빌어 처음으로 방문하게 됐다. 여러 가지 미디어나 이미 다녀온 사람들을 통해 오토바이 천국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는 그야말로 장관였다. 좁은 길과 열악한 도로 여건때문에 오토바이가 대중교통은 물론 이동수단이나 생활수단 역할을 하고 있는데 한 가구에 평균 두 대꼴이다 보니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시커먼 새때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여성들 대부분이 일을 하다보니 오토바이를 타는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고 학교 하교 시간에는 자녀들을 태우기 위해 학교 앞에 수십여대의 오토바이가 대기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모든 곳이 오토바이 우선이고 신호등이나 횡단보도도 곧잘 무시되며 사고가 안나게 자기 갈 길을 가는 오토바이들을 보며 속으로 '아이고 나는 여기서 살라고 그러면 못살겠는데'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음식도 돼지고기 등 육류를 이용한 요리가 많고 쌀국수를 포함해 대부분 요리에 고수(채소)가 향신료로 쓰이다 보니 깊은 향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했고 과일의 나라답게 다양한 과일을 이용한 음료들이 접대용으로 나오지만 나에게는 느끼한 맛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이런 이유로 제대로 식사를 못하고 생리적인 불편함까지 겪어야 했고 급기야 베트남에서 한국식당을 찾아 김치찌개를 먹는 수고로움도 펼쳐야 했다. 베트남어는 왜 이리 어려운지 금방 외운 간단한 인삿말도 머릿속만 맴돌뿐 결국 입을 닫고 웃는 연습만 해야 했다.

짧은 기간에 베트남 문화를 접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결혼이주여성들이 우리나라로 시집을 와서 겪어야 했던 언어문제, 문화적 차이 등이 이런 것이구나' 나야 취재 목적을 마치고 일주일도 안돼 돌아오면 됐지만 수년동안 이런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결혼이주여성들. 몇 년은 그냥 눈물로 보내야 했다던 그녀들의 말들이 가슴으로 이해되는 상황였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우리나라 말을 잘 몰라 국적도 취득하지 못하고 항상 불안한 얼굴였던 쩐티쫀 씨. 고향인 베트남에 도착하자 그렇게 말 잘하고 잘 웃는 여성인지 처음 알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그녀의 모습이 베트남 국화인 아름다운 연꽃처럼 활짝 피어있었는데 해남에서 그 모습을 유지하기를 기대해본다.

해남에는 결혼이주여성이 560여명, 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문화학생도 500명을 넘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배려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문화를 이해하고 지역통합을 이뤄내는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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