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신(해남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

 
 

해남공업고등학교의 공사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벌써 2년째입니다. 계획대로라면 이번 달에 마무리돼야 했습니다. 내년 9월로 완공이 미루어졌다고 합니다. 그것도 지켜질 수 있을까 염려가 됩니다. 약 750명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나무 아래 벤치 하나도 없는 학교에서 공부하고 일합니다. 교문에 학교라고 씌어 있어서 학교이지 주변 환경을 보면 도무지 학교가 아닙니다. 인문계고등학교인 해남고등학교도 거점고등학교로 전환하면서 대규모공사가 진행됐었지요. 그때와는 분위기가 참 다르다는 것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만약 해남고등학교가 지금의 공업고등학교의 상황이었다면 지역사회가 어땠을까를 생각하는 제가 속이 꼬인 걸까요?

전라남도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에게 공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성실하게 안내했을까요?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은 뭐가 있을까? 공사가 이루어지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안전하게 지낼 것인지, 위생 건강문제는 어떻게 도울 것인지 계획하고 있거나 진행되고 있는 조치가 있을까? 학교나 전라남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그 어떤 고민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고농도미세먼지에 관련한 행동요령, 독충예방법에 대한 가정통신문 자료는 있었지만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위험요인에 대해 안내하고 행동요령을 알리는 게시물은 없었습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신체적 정서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위험하고 부적절한 학교 환경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하며 개선될 여지가 요원한 것에 대한 대책은 누가 세워야 할까요? 지역사회는 우리 아이들이 그런 상태에 있는데 어째서 조용할까요? 공업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중요한 아이들이 아닐까요?

학교와 지역사회가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겠지 하는 방식이 조금 바뀌기를 바랍니다. 우선은 공사 책임이 있는 전라남도교육청에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아이들 교육환경 문제로 피켓시위를 하는 지역과 학부모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교육을 걱정하는 말을 하는 어른들은 많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은 적습니다. 큰이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우리가 사는 우리 지역의 우리의 문제, 우리가 해결해야하는 이슈에 대해서는 아예 눈을 감습니다. 아이들이 우리들의 이런 모습을 보며 말만 그럴싸하고 뒷짐 지고 잔소리하는 꼰대들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운영위원회를 포함한 학교 측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지역에 있는 자원은 무엇인지, 어떻게 지원을 요청할 것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창 성장하는 676명 학생들의 체육시간은 어떨까요? 작은 체육관 하나로 2년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해남군에서 일시적으로 체육관을 좀 빌려주면 어떨까요? 서림공원을 일시적으로 학교 교정으로 확장하는 것은 어떨까요? 해남교육지원청에서 아이들 이동을 위해 버스를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요? 먼지와 소음, 화장실 부족으로 인한 위생문제는 보건소가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요?

저의 아이디어가 황당하고 실행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아이들의 이익을 위해 방법을 함께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해남공업고등학교는 해남군 학생수의 10%에 가까운 아이들이 공부하고 기술을 익히고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해야 하는 곳입니다. 학교의 규모가 크건 작건 간에 학교는 학생의 이익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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