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인구 줄고 온라인에 밀리고
책읽기 문화, 활성화 조례 시급

▲ 한 서점의 경우 서점을 만들 때부터 있었던 책 읽는 공간은 사라지고 지금은 그림만 그대로 남아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 한 서점의 경우 서점을 만들 때부터 있었던 책 읽는 공간은 사라지고 지금은 그림만 그대로 남아있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문화공간인 동네서점들이 사회적 변화와 제도적 허점으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어 이에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A 기관은 해남에 있는 사업자로 지역제한을 두고 도서구입과 관련해 입찰을 통해 1800만원에 달하는 계약을 B 업체와 맺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주소만 북평면에 두고 있고 실제 책 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이른바 유령업체로 밝혀졌다. 마트나 동물병원 심지어 개인주택이어도 해남에 있는 현지 주소지로 서적 도소매업 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있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남에는 2곳의 서점이 운영되고 있는데 모처럼 큰 건의 계약을 따낼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허탈해할 수 밖에 없었다.

해당 기관도 유령업체인 점을 알고 계약 취소를 검토했지만 현행법상 취소를 할 근거가 없고 자칫 행정소송에 걸릴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계약을 그대로 해야 했다.

이같은 문제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입찰공고에 해당 지역에 판매장을 가지고 있는 등의 구체적 문구를 넣도록 하는 등 법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제도적 허점과 함께 최근에 독서인구와 학생 수가 줄고 휴대폰으로 책을 볼 수 있는데다 인터넷 판매 등 온라인 서점이 활성화되면서 동네서점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도서정가제가 실시되고 있지만 온라인 서점과 대형 서점, 유령 업체들이 법적 최대 허용치인 10% 할인을 내세우며 입찰에 참여하거나 판매에 나서면서 동네서점은 경쟁이 되지 않고 있다.

부모가 자녀들을 데리고 와 책을 골라주거나 함께 책을 읽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면서 서점은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참고서 판매장만 계속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30년째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서점 김인학 대표(61)는 "서점을 처음 만들 때 하늘과 비둘기, 별이 함께 담긴 그림을 설치하고 그 밑에 책 읽는 공간을 만들어놨지만 서점에서 책 읽는 사람이 줄면서 지금은 이 공간을 막아버리고 대신 참고서 판매장을 추가로 설치해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2대에 걸쳐 50년 가까이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해남서점 오이근 대표(54)는 "예전에는 책을 읽고 상상의 내래를 펴고 꿈을 키우고 그랬는데 사회적 환경과 문화가 바뀌면서 서점이 비젼없는 사업이 되고 있다"며 "해남에 그래도 서점이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계속 운영을 하고 있지만 자녀에게 맡겨 3대째 가업으로 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모와 함께 4살 무렵 서점을 찾았던 꼬마가 대학생이 돼서도 계속 서점을 찾고 있고 10여년전 '그동안 책을 훔쳐 봐서 죄송하다'며 10만원과 함께 전달된 사과편지를 떠올리며 여전히 보람과 자긍심을 잃지 않고 있다.

두 대표는 "동네 서점이 지역주민의 문화공간이고 꼭 필요한 공간인 만큼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책 읽기 문화를 다시 확산시키고 동네 서점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개선과 조례 제정 등이 꼭 이뤄졌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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