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천암 탐방로 예산 낭비 논란
설계·설계심사 문제 감사청구

▲ 고천암 일대에 갈대탐방로를 만들기 위해 구멍을 먼저 뚫고 강관파일을 박는 식으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예산낭비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 고천암 일대에 갈대탐방로를 만들기 위해 구멍을 먼저 뚫고 강관파일을 박는 식으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예산낭비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해남군이 고천암에 갈대탐방로를 만든다며 목재 데크를 설치하기에 앞서 지지대 역할을 하는 기초파일시공에 나서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해남군은 고천암에 생태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총 공사비 220억원(국비 50%, 군비 50%)을 들여 자연생태공원 조성사업을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류관찰센터와 연꽃습지 등에 대한 시공을 마무리했고 현재는 1km에 달하는 갈대탐방로 공사에 나서고 있다. 공사비만 30억원에 달한다.

갈대탐방로는 회전날 모양의 오거 장치를 이용해 뻘에 2300여개가 넘는 구멍을 먼저 뚫고(보링에 의한 천공공법) 이어 그 구멍에 맞춰 항타기로 내려쳐서 강관파일 재질로 말뚝을 박는(항타공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기초 파일 시공을 마친 다음 위에 목재 데크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본지가 입수한 주상도(지층의 성질 분석)에 따르면 현재 갈대탐방로가 설치되고 있는 지층은 지상에서 지하 17미터 가운데 지하 14미터까지는 퇴적층과 기저퇴적층(점토,뻘층)으로 이뤄졌고 아래로 풍화토층과 연암층으로 나타났다. 보통 보링에 의한 천공공법은 말뚝을 박기 힘든 지형에서 사용되고 있는데다 두가지 공법을 함께 하면 공사비가 크게 늘어난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또 순천만과 연꽃습지에 비슷한 공사를 이미 진행한 순천과 무안에서는 환경훼손을 고려한 것은 물론 염기에 약하고 부식우려가 큰 강관파일 대신 목재파일을 사용했고 바로 항타공법만 시행했다.

깨끗한해남만들기 범군민운동본부 오영택 본부장은 "뻘이고 점토층이어서 바로 나무 말뚝을 박는 항타공법만 하면 될 것을 아무 필요도 없는 보링 천공공법을 추가로 해 수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며 "과다 설계와 설계심사 부실로 혈세낭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만큼 관련기관에 군민감사 청구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시설공사에 앞서 설계용역과 관련해 지난 2014년에 이뤄진 전라남도의 기술심의위원회와 계약심사위원회의 심의도 문제가 되고 있다. 당초에는 조류관찰센터와 연꽃습지, 갈대탐방로 모두 천공공법과 항타공법을 해야 한다고 설계됐지만 심의 과정에서 점질토 지반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천공 공법은 삭제하라며 조류관찰센터와 연꽃습지의 경우 천공공법에 대한 예산을 삭감해 결국 항타공법으로만 진행됐다. 그러나 비슷한 지형인 갈대탐방로에 대해서는 예산이 그대로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남군은 "담당자가 모두 바뀌어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갈대탐방로의 경우 1·2차 조류관찰센터와 연꽃습지보다 3차 탐방로는 파일이 10배 정도 더 필요하는 등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 천공공법과 항타공법으로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해남군은 논란이 계속되자 일단 공사를 중단한채 최근 설계를 맡았던 용역사와 시공사, 감리사 등을 상대로 당시 설계가 왜 이런 방식으로 이뤄졌고 어떤 문제점이나 복안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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