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농업의 1/3 농군 해남 성패 달려
쌀농가 군 가구 30% 지역경기 침체

 
 

식량주권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식량작물인 쌀. 하지만 정부의 쌀 수입정책과 재고쌀에 대한 무대책, 쌀 소비 감소 등으로 쌀값 폭락이 계속되고 있어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전국에서 제일 넓은 경작지를 가지고 있는 해남은 쌀 농가의 소득에 따라 지역경제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쌀 산업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한 실정이다.

| 싣는순서 |

1. 멈추지 않는 쌀값 하락 해남경기 침체
2. 쌀 감축 정책 쌀산업 해답 될 수 없다
3. 쌀 소비 감소 가공사업 활성화 필요
4. 쌀값 안정화 해남만의 대책 필요하다

 
 

지난해 수확기 평균 산지 쌀값이 80㎏ 기준 12만9711원으로 지난 1995년 이후 21년만에 13만원선이 무너졌다. 쌀값 폭락세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더욱이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올해 쌀값도 안정화될 여지가 적어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정곡 1가마당 산지 평균쌀값은 12만9807원으로 20여년전 가격으로 폭락했다.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쌀 소비는 감소하고 있어 쌀이 넘쳐나는데도 정부는 외국에서 밥쌀용 쌀까지 수입해 오고 전국의 창고마다 가득 차 있는 재고쌀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등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매년 많다보니 쌀값 하락을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농민들은 쌀값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을 정부의 쌀 수입 정책 등을 꼽고 있으며 재고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북 쌀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당장 벼 재배 면적을 대폭 줄일 수 없고 쌀 수요도 늘리는데 한계가 따라 쌀값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도 희박하다보니 아직 모내기도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농민들은 올해 쌀값을 걱정해야하는 실정에 놓여있다. 더욱이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을 환수조치하고 변동직불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가뜩이나 침체된 농가경기에 먹구름만 잔뜩 끼어있다.

해남의 농수축산업에서 쌀이 차지하는 비중도 24%에 달하는 등 단일 작목 중 농업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2015년 말 기준 해남군의 농·수·축산업의 총소득액은 8190억8790만원이었으며 이중 쌀의 총소득액은 1957억4600만원으로 24%를 차지했다. 농업 총소득액은 5382억9490만원으로 쌀이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농어업 1조원 시대를 군정 목표로 세우고 있는 이상 쌀 산업의 성패가 해남군의 농어업 정책의 성패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쌀이 농업과 농·수·축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지역경기에까지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해남군내 농가수는 1만300여농가로 이중 쌀재배 농가는 88%인 9100여농가에 달한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해남군내 가구수는 2만9659가구로 쌀 농가가 30%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쌀 농가의 소득에 따라 군 전체 경기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2년째 쌀값이 폭락하면서 지역경기 침체까지 불러오고 있다.

수확기 산지 쌀값을 보면 10년 전인 지난 2007년 15만196원을 기록하는 등 15만원선을 유지하다 2009년과 2010년 각각 14만2852원 13만 7416원으로 크게 폭락했었다. 2008년 대북 쌀 차관이 급작스럽게 중단되면서 쌀의 재고가 크게 증가했고 여기에 의무수입물량(MMA)이 더해지면서 쌀값 폭락이 극심했던 것. 2010년 산지 평균 쌀값은 1990년대 중반 수준으로 폭락했지만 이후 쌀농사의 잇따른 흉작으로 쌀 공급이 감소하면서 점차 회복세를 보여 2012년에는 17만3692원으로 17만원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쌀 농사의 풍작과 의무수입물량도 매년 증가하면서 다시 쌀값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 2013년 17만4707원, 2014년 16만6198원, 2015년 15만659원, 2016년 12만9711원으로 12만원선까지 무너졌다.

쌀 직불금, 생산·경영비 반영안돼
녀름 쌀 순수익·소득 하락 가능성

농산물유통정보 KAMIS에 따르면 연도별 쌀(도매·20㎏ 상품)의 평균 가격은 지난 2012년 4만2304원, 2013년 4만4151원, 2014년 4만 2664원, 2015년 3만9719원, 2016년 3만4930원, 2017년 3만1909원으로 폭락하고 있다.

쌀값 하락은 쌀 농가의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재배규모별 논벼 소득 자료를 분석한 결과 논벼 10a당 총수입은 2000년 104만1183원, 2004년 103만301원, 2008년 101만3362원을 기록하다가 쌀값이 폭락했던 2010년 82만2229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후 2012년 98만 8815원, 2014년 105만8090원, 2015년 99만3903원으로 다시 하락하고 있다. 순수익 역시 2000년 50만3350원, 2004년 44만2553원, 2008년 38만3685원 2012년 27만6291원, 2014년 33만6612원, 2015년 30만2034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20여년전 가격까지 떨어져 순수익이 더욱 하락했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률 역시 2000년 73.1%에서 2005년 62.1%, 2010년 52.8%, 2015년 56.4%로 감소하고 있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에 따르면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을 추가해 쌀의 수익성을 추정한 결과 2011~2012년의 경우 10a당 순수익과 소득이 각각 40만9886원·64만45원, 34만6291원·64만8374원으로 추곡수매가 마지막으로 시행된 2004년 44만2553원·71만5683원 보다 더 낮게 나타났다. 녀름은 2012년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이 생산비와 경영비의 증가조차도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2005~2012년 동안 생산비가 매년 평균 약 2.7% 증가한데 반해 목표가격은 고정되어 있어 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이 생산비 증가를 반영하지 못한데 따른 결과로 분석했다.

녀름 관계자는 "쌀 생산농민들은 목표가격 현실화 및 고정직불금 확대를 강력히 요구했으며 격렬한 논란 끝에 최종적으로 2013년 목표가격이 80㎏에 18만8000원으로 인상되고, 2013~ 2014년 고정직불 금액이 1㏊당 100만원으로 증가해 10a당 순수익과 소득이 2004년 수준을 약간 상회하게 됐다"며 "만약 기준년도를 쌀의 순수익과 소득이 가장 높았던 200~2001년 수준과 비교하며 여전히 2013~2014년이 그 당시 보다 낮은 수준에 있어 이를 고려할 경우 현행 쌀 목표가격과 고정직불 금액이 여전히 생산비와 경영비 증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현행 목표가격은 2017년까지 고정되어 있어 향후 생산비 및 경영비 증가를 반영할 수 없는 구조다"며 "결국 해가 거듭될수록 쌀의 순수익과 소득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쌀값이 20여년 전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쌀은 지난해 농축산 생산액 1위 자리를 돼지에게 내주게 되기도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액은 6조4572억원으로 전년(7조6972억원) 보다 16% 이상 급감했다. 반면 돼지는 6조7702억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주식인 쌀이 농축산물 생산액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올해 역시 돼지(6조6003억원) 생산액이 쌀(6조 5372억원)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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