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하는 대학생 기자단 '트래블리더'에 2년간 참여했던 적이 있다. 광양·경주·단양·고성 등 전국 방방 곳곳에 몇 박 며칠 씩 팸투어를 다니며 해당 지역의 유명한 관광지를 돌아보고, 관광정책 담당자의 설명과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기회가 많은 활동이었다.

다양한 지역을 돌아볼수록 해남이 생각났다. 고향이었지만 사실상 어떤 관광 정책이 진행됐고 또 이루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누군가 해남은 어떤 관광지가 가장 좋냐고 물어보면 그저 땅끝마을, 두륜산과 대흥사 등 유명한 관광지를 알려주는 정도였다. 해남 땅끝마을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 정도였고 '땅끝'이라는 상징성에 가보고 싶은 곳이라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해남은 '땅끝'이라는 가치만으로도 누군가 한 번쯤 꼭 와보고 싶어하는 '성지순례'의 느낌을 주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한데다 아름다운 해안선, 아름드리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대흥사 숲길, 깎아 만든 듯한 달마산, 가족들이 함께 산책하기에 최적인 우항리 공룡화석지 등 다양한 관광 자원이 산재하고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자원이 있어 집중이 어려운 것일까. 아쉽게도 해남의 관광 정책은 시설 기반 중심에 집중되어 있다고 느껴진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해남의 관광지인 땅끝마을은 멋진 바다 풍경과 땅끝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지만, 땅끝탑과 전망대를 다녀오면 딱히 할 것이 없어 2시간도 안 돼 떠난다는 이야기와 통일성이나 테마 없이 지어진 상가 일원과 공원은 흔한 관광지의 모습이 연상돼 아쉽다는 평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17-2018년도 한국관광 100선에 해남은 포함되지 못했다. 물론 한국관광 100선에 들지 않더라도 해남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올해 선정된 지역들을 살펴보면 해남의 관광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한국관광 100선은 광주 양림동 역사문화마을, 전북 삼례문화예술촌, 인천 송월동 동화마을 등 기존에 있는 자원을 재해석하고 이야기를 담아 지역특화 자원으로 만들어낸 곳들이 다수 포함됐다. 광주 대인예술시장, 정남진 토요시장 등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변화를 꾀한 곳들도 선정됐다.

전반적으로 자연경관이 돋보이는 생태관광지의 비중이 높았지만, 수도권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 많았다. 용인 한국민속촌, 에버랜드·서울대공원·롯데월드, 홍대거리와 이태원 관광특구 등이다. 그만큼 '관광'을 바라보는 시선과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내적인 부분을 버리고 외적인 부분에만 집중해 과대포장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성스레 포장한 선물에서 마음이 느껴지듯 시대에 맞는 마케팅과 스토리텔링으로 해남의 가치를 높이는 관광정책이 개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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