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나는 기억한다.

오전에 TV 뉴스에서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고 '어쩌다 그런 사고가 났을까 학생들도 많이 탔다고 하는데' 라고 안타까워하다가 오후 들어 전원 구조됐다는 뉴스가 나와 다행으로 여겼다. 그러더니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오보였다는 기사가 나왔고 끝내 그 많은 사람들이 구조되지 못하고 배가 가라앉았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 때 경호원도 비서도 참모도 의료진도 요리사도 미용사도 없었고 나한테 서면보고나 대면보고는 물론 긴급전화로 상황을 전해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지금도 이 정도의 사실은 기억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3년이 되어가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지만 대통령이라고 하는 사람은 다른 결제사항들로 바빴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고 언론 오보 때문에 잘못 알고 있었다고 발뺌해 왔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있은 시기에 대해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이 지나서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그 날의 행적 역시 납득하기 힘든 변명으로 일관했다. 보고도 받고 통화도 했다고 하는데 통화기록이나 관저 출입기록도 제출하지 않았다. 사고와 관련해 첫 보고를 받았다는 오전 10시 이전까지 무엇을 했는지, 그 긴박한 시간에 미용사 불러 머리손질까지 하고 청와대에서 마지막 보고를 받은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가기까지 오후 4시부터 5시 30분까지 행적도 밝히지 않았다. 머리가 나쁜 것인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인지 둘 중에 하나일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에 신물을 느껴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의 기억을 공유하자며 '우리는 기억합니다'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었고 홈페이지가 개설된지 70여일만인 지난 10일까지 3500여명이 그날의 기억을 함께 하고 있다.

해남에서도 그 날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군민 300여명이 자발적인 성금을 모아 신문에 전면광고를 냈다. 이혜숙씨는 '마지막까지 불렀을 이름 엄마, 나는 엄마입니다. 그래서 잊을 수 없습니다'라고 광고에 문구를 남겼다. 김상엽·박경단·김인아 씨는 '우리 모두가 세월호다'라고 외쳤다. 한 유통업체 직원들은 '노을 이쁜 날, 바람 부는 날, 햇살 좋은 날, 모든 날속에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누군가는 잊으려하고 기억하지 않으려는 것을 모든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이름을 잊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최악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영원히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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