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유로 많은 국민들에게 마음의 나침반이 되어준 법정스님. 2016년 3월 스님이 입적한 지 6주기가 되었지만 무소유 정신을 기억하고 따르는 국민들은 여전히 스님의 말씀과 행동을 되새긴다.

해남군립도서관에 비치된 법정스님의 '무소유' 도서는 2000년 3판 19쇄 인쇄 도서를 비롯해 4권이 비치되어 있다. 4권 모두 도서보호필름으로 감싸져 있지만 책 표지는 한 눈에 봐도 많이 닳았다. 법정스님의 말씀을 찾아 많은 군민들이 수없이 책을 펼친 흔적이다.

'무소유' 이외에도 '산에는 꽃이 피네', '홀로 사는 즐거움', '버리고 떠나기' 등 수십 권의 글을 남긴 법정스님은 입적하기 전 유언을 통해 스님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떠나는 길에도 무소유를 바랐던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이 절판되자 중고라도 구매하려는 사람들과 비싼 값에 판매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무소유' 1993년 인쇄 도서는 경매가로 110만5000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법정스님이 생전에 펼쳤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법정스님이 태어난 문내면 선두리에 추진되고 있는 생가 복원 사업도 스님이 펼쳤던 뜻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방향을 잘 설정해야 한다. 관광지로서의 생가 복원이 아니라 한국 종교계의 큰 스승을 기리는 공간이 되도록 논의돼야 한다고 본다.

생가를 찾는 이들은 일상이 무소유였고 선이었던 법정스님의 가르침과 행적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길 원한다. 따라서 세부적인 계획 수립 시에는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스님의 글귀를 캘리그라피로 적은 엽서를 비치해 방문객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스스로에게 편지를 쓴다던지, 작고 소소하면서도 내면에 '울림'을 줄 수 방안이 구성돼야 한다. 땅끝이자 시작인 해남을 찾는 의미와 연계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다행히 지난 27일 열린 생가 복원 간담회에서 군과 문내주민들 모두 단순 생가터 복원이 아닌 소프트웨어적 요소가 필요하다는 데에 한 목소리를 냈다. 문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업을 추진키로 한 만큼 기대가 된다.

특히 우수영은 마을미술프로젝트를 2년간 추진하며 옛 역사가 살아있는 마을 건축물에 문화·예술을 입혔기에 생가 복원이 완료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업이 조화롭게 어울리면서 법정스님의 정신을 담을 수 있도록 생가 복원 또한 무형의 기반을 함께 가꿔야 한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법정스님의 말처럼, 군더더기 없는 생가 복원 계획을 세워 스님의 뜻을 잇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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