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은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인 소설이었다. 첫눈이 내린다고 해 소설이라고 이름 붙여져 소설이 지나면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곤 한다.

국정 농단, 쌀값 하락, 배추 습해 등 올 겨울은 더욱 춥게 느껴지는 겨울이 될 것 같다. 사람들은 모든 사건을 대할 때 온도차를 보인다. 자신과 무관한 사건보다는 가까운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나락 가격 하락에 분노한 농민들이 거리로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는 입장과 직접 거리에 뛰어든 입장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농군인 해남에서 나락 가격 하락은 해남의 경제적 기반을 흔들수도 있다. 이를 지켜내기 위해 농사일을 제쳐두고 거리로 나선 농민들의 절박함을 생각해봐야한다.

지난 19일에는 해남에서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의 걱정과 달리 500명이 넘는 인원이 군민광장에 모였다. 한 군민은 화력발전소 반대 집회 이후로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주의인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한 지도자와 그 주변인들이 정당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국정을 농단했다는 것에 분노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이번 일로 관심을 보이면서 국민의 마음과 생각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정황이 하나 둘 밝혀지며 이 같은 일이 어제 오늘이 아닌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에 분노와 부끄러움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정작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곳은 멀쩡하고 그 부끄러움은 나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외치며 거리에 나가 촛불을 들고 있다. 추위도 잊은 채 서로의 체온과 촛불을 난로삼아 목청껏 소리치고 있지만 정작 사건의 당사자들이 느끼는 온도는 다른 것 같다.

국민들이 하나 되어 촛불을 들고 우주의 기운을 하나로 모아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과 주변에게만 도움이 되는 방법이 아닌 대한민국이 바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이제 날씨는 더욱 추워질 것이고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사건도 장기전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국민들이 기득권 세력에게 외치는 소리가 응답 없는 메아리가 아닌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는 반향을 가져오길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