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 공동육아모임 '숟가락'
육아부담 덜고 새 관계망 형성
아이 뛰놀 수 있는 환경 목표

▲ 전북 완주군 공동육아모임인 '숟가락'은 지난 2014년 결성돼 14가구가 믿고 의지하며 함께 아이를 키워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에 공간을 마련해 공동육아를 진행 중이다.
▲ 전북 완주군 공동육아모임인 '숟가락'은 지난 2014년 결성돼 14가구가 믿고 의지하며 함께 아이를 키워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에 공간을 마련해 공동육아를 진행 중이다.
 
 
 
 
 
 

l 싣는순서 l

1. 해남의 아이들 어디로 가나
2.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탄생
3. 동네주민 모였다 - 서초구 '함께 크는 어린이집'
4. 귀농·귀향인들의 공동육아 - 완주군 '숟가락'
5. 마을공동체로 확대 - 부산 북구 '쿵쿵어린이집'

전라북도 완주군에는 귀농·귀촌 부부들이 모여 공동육아를 실천하는 모임이 있다. 이름은 '숟가락'. 지난 2014년 8월에 시작돼 벌써 3년차 운영되고 있는 이 모임은 같은 회사에 다니던 직장 동료들이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은 것이 계기가 됐다.

낳은 아이들이 첫째아였고, 귀농·귀촌으로 연고가 없던 지역에서 출산해야 해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이들은 완주군에서 운영하는 공동체지원센터에서 진행한 공동육아 특강에 참여했다.

일부 가족들이 지속적으로 만남을 유지했고, 육아에 대한 부담을 나누기도 하며 서로 의지하던 중 인근 고산휴양림으로 함께 소풍을 다녀오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형성됐다. 돌 지난 아이들을 키우며 집안에서 생활하던 엄마들이 대다수인데다 연령대도 비슷하다보니 공감대가 형성돼 함께 소풍가는 것만으로도 육아 스트레스가 해소된 것이 큰 이유였다. 10여가정이 2주에 1번 소풍을 가는 것을 목표로 시작된 공동육아는 매주 2~3일 완주군에서 진행하는 평생학습 강사 지원과 숲놀이 전문가의 봉사활동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아기용품을 빌려주고 물려주기도 하는 등 서로 돕는 과정을 거쳐 각각의 집을 순회하는 육아품앗이까지 확장됐다. 3개월 후 공동육아 선진지 답사를 다녀온 뒤 워크샵에서 소감을 나누면서 정식으로 모임 명을 '숟가락'으로 정하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숟가락'이라는 명칭은 공동육아에 참여 중인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을 담은 의미다.

정식 활동을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공간의 필요성을 느낀 이들은 평소 친분이 있던 미디어공동체 완두콩 협동조합, 완주줌마뜨레 제과제빵 협동조합과 함께 '숟가락 콩빵'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5월 지역경제순환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공동체 공유공간으로 마련한 이 공간의 임대료는 연 180만원이다. 수익구조가 없는 숟가락의 특성상 임대료를 모두 부담하기 어려워 수익을 내는 두 협동조합과 함께 대여했다고 한다.

또한 완주군에서 공공디자인 사업으로 예산을 지원해 내부 리모델링과 운동장에 아이들의 놀이 시설과 모래놀이터 등을 조성했다. 한 켠에는 작은 텃밭을 가꾸면서 아이들의 간식거리이자 생태체험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주위에는 산과 들이 많은데다 인근 주민들의 농장이나 밭 등에서 자연을 접하며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특히 주변 마을의 들녘 나들이 행사에 참여하거나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마을이 키운다'는 단어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14가구로 연회비 10만원, 월 3만원의 회비를 내고 있으며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모임을 운영한다. 주로 목요일에는 소풍을 다니며, 월1회 금요일 아이 없이 엄마들끼리만 모여 활동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부모들끼리 부르는 호칭을 아이들이 따라하는 것 때문에 서로를 별명으로 부른다.

'숟가락'은 올해 새로운 육아법으로 엄마들이 3인 1조로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방식을 시도했다. 3개월간 진행하면서 엄마들만으로는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역 주민을 보육 선생님으로 초빙했다. 보육교사 자격증은 없지만, 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으면서 아이들을 좋아하는 주민이라면 충분한 자격이 된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론이다.

7명의 아이들이 보육 선생님을 고용하는 '품앗이' 모임에 참여 중이며, 2인 1조로 엄마들이 도우미 역할을 한다. 1~3세의 어린 아기가 있는 가정은 편한 시간대에 숟가락 콩빵 공간에 방문하는 형태로 참여 중이다. 식사는 밥당번을 별도로 정해 참여가정에서 직접 반찬과 음식을 마련한다. 아이들 간식비·식비와 보육 선생님 인건비는 별도로 내는 형태여서 1가구당 평균 15~20만원 가량을 낸다고 한다.

숟가락 이영미 대표는 "시골 마을이다보니 마을 주민 대부분이 60대 이상이고 아이는 우리집 아이 1명이어서 외로운 상황이었지만 공동육아모임으로 함께 성정하고 마음껏 함께 뛰놀 친구가 생겼다"며 "저 역시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마음을 나누고 급할 때 아이를 맡길 수 있을 정도의 신뢰가 있는 소중한 인연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인터뷰 | 공동육아모임 숟가락 이영미 대표

 
 

공동육아 유지비결은 다른 가정을 배려하는 마음

"공동육아모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회원들이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의가 상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해요. 저희 모임명칭이 숟가락인 건, '숟가락 하나만 얹었을 뿐인데 좋은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는 데에서 탄생했죠. 많은 회원들의 노력과 참여 덕분이라는 감사함을 담은 의미인데, 이 마음이 저희 활동의 원동력입니다"

공동육아모임 '숟가락'의 결성 때부터 참여한 이영미(41) 대표는 '숟가락'을 새로운 사회관계망이자 소중한 인연이라고 소개한다. 또한 부모들의 공동육아 참여 방식이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참여자로서 활동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함께 이겨냈기 때문에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는 기저귀놀이터를 만든 편해문 씨를 강사로 초청해 공동육아 특강과 사진 전시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쉬운 점은 맞벌이 부부가 참여하기 어려운 점과 농촌 특성상 가구간 거리가 멀고 교통편이 불편하는 것.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주중 4일만 운영하다보니 맞벌이 부부의 참여가 어렵다고 한다. 또 참여 가정 대부분 완주군 봉동읍·비봉면·운주면 등 북쪽 지역에 살고 있으나 '숟가락 콩빵' 공간을 지나는 마을버스는 1시간에 1대 밖에 없어 자차로 왕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3년차 모임을 운영하며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며 "지금까지 회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동육아에 대해 고민해온 만큼 앞으로도 우리의 공동육아모임에 맞는 방식을 다양하게 시도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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