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진(해남군농민회 사무국장)

 
 

주곡인 쌀 가격이 대혼란에 빠졌다. 2016년 조생벼 수확이 시작되자마자 작년 가격보다 1만원 낮게 가격이 형성되더니 매일 1000원씩 빠져 현재는 40kg에 3만7000원까지 폭락했다. 1년 사이 2만원이 폭락한 것이다. 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수확철이 아니라는데 있다. 본격 수확철인 10월 이후 나락가격이 어느 선까지 무너질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대혼란은 잘못된 양곡정책에서 기인한다. 창고마다 방아를 찍을 수 없는 구곡들을 가득 쌓아두고 있어 대책을 요구하는 항의에 소극적인 시늉만 급급한 정부의 재고미 대책이 가져온 결과다.

특히 현재 정부 보유 예상 재고인 190여만톤 중 25%인 43만여톤이 수입쌀 재고다. 그리고 현재 국내 쌀가격은 수입쌀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수요가 있다며 의무규정이 삭제된 밥쌀용 수입을 강행하고 있다. 정부 주장대로 소비감소와 풍년이 쌀가격 폭락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정부의 양곡정책 실패가 가져온 결과가 분명하다.

농협은 최대 규모의 생산자 조직이다. 하지만 현재 조합원들의 주 소득작물인 쌀이 무너지는데 최대의 생산자 조직은 먼 산 불구경하듯 곁눈질만 하고 있는 인상이다.

농협은 정부기관이나 수익만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니라 거대자본과 권력에 맞서 힘없는 조합원들이 결사체로 만든 협동조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

모든 농협 관계자들은 재고미가 쌀값 폭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며 대북지원을 포함 현재 100만톤 이상의 재고 소진 정책 없이는 쌀값 폭락을 막을 수 없다고 말을 한다. 그런데 지금 그 농협 관계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현재 나락값 상황이라면 변동형직불금으로 1조원 이상이 지급될 것이다. 해남 농민들은 정부 계산보다 20%정도 손실을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WTO 규정상 감축보조대상 보조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1조4000억원 가량이다. 그래서 정부가 변동형직불금 축소를 들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소득보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농민들의 쌀 소득보전 정책은 흔들릴 것이고 농가의 소득감소분만큼 고스란히 농협 이용 축소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의 나락값 폭락이 농협에 가져올 결과는 농민도 농협도 동반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 무엇이 두려운가? 농협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해남군농민회는 그런 농협엔 박수를 보내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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