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함께 크는 어린이집
주민 참여 '함께 사랑채'로 발전
시장 운영·네트워크 사업도 진행

▲ '함께 크는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며 부모와의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조합으로 결정돼 참여도가 높으며, 어린이집에 참여했던 학부모들이 마을 공동체인 '함께 사랑채'를 꾸려 3년 째 운영 중이다.
▲ '함께 크는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며 부모와의 유대감을 키울 수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조합으로 결정돼 참여도가 높으며, 어린이집에 참여했던 학부모들이 마을 공동체인 '함께 사랑채'를 꾸려 3년 째 운영 중이다.
 
 
 
 

l 싣는순서 l

1. 해남의 아이들 어디로 가나
2.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탄생
3. 동네주민 모였다 - 서초구 '함께 크는 어린이집'
4. 귀농·귀향인들의 공동육아 - 완주군 '숟가락'
5. 마을공동체로 확대 - 부산 북구 '쿵쿵어린이집'

서울 서초구 우면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함께 크는 어린이집'은 아이를 함께 키우고자 마음을 모은 학부모들이 조합을 꾸려 만든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다. 올해로 16회 졸업식을 진행했으며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 소속돼 있다.

4살부터 7세까지 다닐 수 있는 함께 크는 어린이집은 33명이 정원이며, 현재 31명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정원은 타 어린이집과 비슷하지만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낮은 수준이다. 5세 아이의 경우 보통의 어린이집이 교사 1명에 아이들 15명을 돌본다면 함께 크는 어린이집은 교사 1명이 8~9명을 돌보고 있어 밀착 돌봄이 가능하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직접 참여해 아이들을 돌본다.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와 다양한 프로그램은 타 어린이집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교사 체육대회나 월 1회 교사 휴가 등으로 인해 공백이 생길 경우, 학부모가 참여해 다른 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일일 교사가 된다.

각 가정마다 연 1~2회 참여하게 되며, 일일 교사로 참여하는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있는 연령대 이외의 곳으로 배정받는다.

맞벌이 가정도 상당수이지만, 일일교사를 맡게 됐을 때에는 엄마나 아빠 중 여건이 되는 쪽이 휴가를 내고 참여한다. 어린이집 내부는 모두 열린 공간이어서 직접 돌보지 않더라도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어떤 음식을 먹는지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평소 교사와 학부모가 '날적이'라는 일지를 통해 아이에 대한 정보를 쌍방향 교류하고 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아이에 대해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도 함께 정보를 기록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다.

또 매월 연령대에 따른 '방모임'을 진행해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아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서로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학부모와 교사뿐만 아니라 대표이사 까지도 '금붕어', '고구마' 등 자신만의 별명을 지어 서로를 부른다. 다양한 소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사와 학부모간 신뢰도와 친밀도가 높아지는 것.

게다가 교사 또한 공동육아 조합원으로 활동하다보니 공동체라는 인식이 강해 내부 CCTV도 설치하지 않았다. CCTV 설치보다 교사가 근무하는 환경을 이해하고 끈끈한 신뢰를 쌓아 아이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어린이집 부지 임대 등의 운영 비용과 교사 대 아이 비율이 낮다보니 보육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초기 출자금과 조합비를 별도로 받고 있지만 꾸준히 학부모들이 공동육아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어린이집 등·하원 방식도 다르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은 차량을 운행하고 있어 학부모는 차량 앞까지 아이를 데려다주는 형태로 등·하원을 하지만, 이 곳은 차량을 운행하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오전 9시 30분까지 어린이집 내부까지 들어와 아이를 데려다주고 다른 아이나 학부모와 인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매일매일 자녀가 어떤 아이들과 지내고 어떻게 하루를 시작하는지 알 수 있으며, 단순한 학부모 관계에서 떠나 이웃이자 공동체로서 유대감을 쌓는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나들이 프로그램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기상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보통 오전에 인근 공원이나 산으로 나들이를 진행한다. 수학·영어 교육 시간 대신 자연에서 뛰노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주입식 인지교육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숫자와 글을 깨칠 수 있도록 돕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풍물놀이와 강강술래, 단오행사 등 절기와 전통 세시풍속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해 색다른 놀이를 풀어낸다.

함께 크는 어린이집 대표교사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을 고려해 모임은 저녁 시간대에 이루어지고 주말 행사가 많은 편이다"며 "공동육아는 조합 형태이고 학부모가 자신의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기 때문에 학부모의 적응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내부 청소도 학부모들이 돌아가면서 진행하는 데다 상·하반기 조합 총회와 필참교육 등 높은 참여도를 필요로 해 학부모의 공동육아에 대한 인식과 적응이 필요하다.

특히 아빠들의 경우 공동육아에 참여하더라도 엄마에 비해 참여도가 낮은 경우가 많지만, 조합원들과 친해지고 '내 아이'에서 '우리 아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개별적인 모임을 만들어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또 부부가 아이를 키우며 고민하고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 대해 조합원들이 함께 고민해주고 잡아주는 데다, 육아 선배들이 많아 큰 도움을 얻는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의지하는 것, 함께 크는 어린이집은 아이 뿐만 아니라 학부모도 시간을 들여 천천히 변화하는 공간이다.

 

 
 

'함께 사랑채'로 공동체 범위 확장

조합원 초등생 방과 후 돌봄
서울시 지원 받아 공간 마련

'함께 사랑채'는 '함께 크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던 학부모들이 모여 결성한 마을 공동체이다.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마을 공동체 사업에 선정돼 2014년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들이 대부분 우면동 내에 위치한 초등학교로 진학하면서 초등학생 돌봄이 필요하다고 느낀 학부모들이 뜻을 모았다.

초기에는 어린이집을 졸업한 학부모들이 대다수였지만, 현재는 우면동 내 지역 주민들까지 참여하게 되면서 조합원 수는 400여명이 넘었다. 공동육아에서 시작된 공동체가 마을까지 확장된 것이다.
함께 사랑채는 우면동 내 상가 공간을 임대에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돌봄인 '다락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 돌봄이 없어 직접 운영하는 것. 서울시에서 지원을 받아 돌봄 교사가 상주하고 있으며, 아이들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숙제를 봐주는 등의 활동을 펼친다.

또 마을공동체로서 주민들을 위해 작은 나눔 장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1년에 2~4회 가량 진행하며, 조합원들이 만드는 먹거리도 판매하고 있어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도자기·손바느질·수채화 등의 주민들을 위한 강좌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토요 무료 강좌 등을 진행키도 했다.
올해는 강좌 대신 네트워크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면동 '행복사랑체' 이외에도 주민들 간 공동체 형태로 운영되는 모임을 모아 연결해 네트워크를 구성하려는 것이다. 연결망을 긴밀하게 하면 올해 처음으로 진행한 서초구 단오 행사처럼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지역 문화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함께 사랑채는 지난해 서울시 5개 자치구가 진행한 2015 마을국제컨퍼런스에서 서초 지역으로 참여키도 했으며, 꾸준한 마을 공동체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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