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암 '일지 풍월 담소' 공연

장마기간이라 비가 심하게 내리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1일, 일지암에서 '일지 풍월 담소(一枝風月談笑)' 공연이 있었다. 올해부터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일지암과 미황사를 오가며 열리고 있는데 매 회마다 주제와 초대 손님이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매인 진행은 싱어송 라이터 나무 씨와 한보리 씨가 맡고 있다.

이번 초대 손님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남 화원면이 고향인 국악인 김미숙 씨이다. 전국 명창대회 대통령상 수상자이며 중요 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 김소희 '춘향가' 이수자이기도 하다. 김미숙 명창은 "이렇게 고향에 와서 공연하게 된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서양식 공연에서 최고의 관객은 조용히 집중해서 무대 위의 공연자를 바라보면서 숨죽이고 있다가 공연이 끝나면 박수를 치는 관객이지만 우리 음악의 특징은 '쌍방'"이라고 강조하면서 "한국식 공연에서 최고의 관객은 함께 참여하여 취임새를 넣고 즐기는 관객이며 관객도 공연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 말에 관객들은 정 자세를 풀고 공연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 흥겨움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이어서 해남에서 2년 6개월여의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해남 공공도서관 박은정 관장의 '해남 과의 인연'에 대한 담소를 북멘토 최재희 씨가 진행했다.

공연 전에는 저녁식사가 있는데 대여섯 가지의 반찬들이 모두 일지풍월담소를 지지하는 해남군민 중 몇몇 분들이 손수 가져온 음식들이다. 공연이 끝나면 여운을 품고 일지암 밤길을 걸어내려 가기도 하고, 차를 마시면서 먼 길을 온 낯선 손님들과 어울려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영화를 함께 보기도 한다.

참여관객은 해남군민들, 이웃 강진과 장흥, 또 멀리 서울이나 외지에서 이 공연을 위해 찾아온 사람들도 있다. 먼 곳에서 온 관객들은 일지암에서 하루 묵어갈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8월에는 해남으로 내려와 시 같은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한 시인 김태정 님에 대한 추모 공연을 하기로 약정했다. '어울렁더울렁'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산사의 고요하면서도 풍요로운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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