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 서울시의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박노자 교수는 러시아인으로 한국에 귀화하여 우리나라 사람이 되었다.

그는 지난해 그의 저서 < 비굴의 시대>에서 오늘의 우리 사회를 '비굴의 시대' 라고 규정지었다. 뿐만 아니라 부끄럼 없는 권력에 공감을 모르는 사회라고 질타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생각은 박노자 교수가 이방인이기 때문에 그만이 갖는 느낌이라고 말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오는 4월 13일 총선을 앞두고 여 야 정치인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나 역시 동감하며 자괴감과 수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사람들은 자칭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지만 육축과 구분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염치와 예절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요즘 정치인들의 행태에서 염치나 예절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인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존엄성마저 외면할 뿐 아니라 권력 앞에서는 비굴하기 짝이 없다. 오직 정글의 법칙만 존재한다. 인생은 수많은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며 사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정치인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이념과 정체성이 같아 서로 손을 잡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이 자의든 타의든 떠날 때는 험담은 말할 것 없고 심지어 헐뜯기 일쑤다. 특히 이번에 여야를 바꾸어 정치 일선에 컴백한 노 정객들의 말 같지 않은 변명은 나를 슬프게 한다.

몇 해 전 여성 칼럼니스트 김선주는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저서를 통해 이별할 때 예의를 지키라고 역설했다. 필자는 " 사람들이 처음 만나면 서먹서먹하지만 설레는 마음과 감정으로 주춤주춤 다가간다. 그리고 떠날 때가 되면 아름답고 뜨거웠던 순간들을 잊은 채 제 갈 길을 찾아 떠난다. 이때 잿빛으로 우러나는 슬픈 모습을 품위 있게 보여주고 떠나라" 고 충고 한다.

아무튼 오늘의 난마처럼 얽혀 혼란스러운 정치 현실을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렇더라도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선거뿐이다.

선거를 통해서 사람을 바꾸고 사람이 바뀌면 제도와 정책이 달라지고 사회 또한 변하게 된다. 우리는 4년 혹은 5년 동안은 흙수저 노릇밖에 할 수 없지만 선거 기간만큼은 금수저가 된다.

요즘 후보자들이 굽실거리는 모습에서 우리는 금수저의 진수를 만끽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은 내년에 실시되는 대선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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