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자료를 홍보 기사 작성에는 즉시 제공하고, 지적 기사 작성에는 정보공개를 청구하라고 답변하는 행정이 과연 올바른 행정일까. 올해 박철환 군수의 읍면순방 중 해남사랑택시 운영 마을이 확대됐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알아보라는 선배 기자의 지시를 받았다.

해남사랑택시는 교통 오지마을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면소재지까지 100원에 택시를 탈 수 있게끔 지원하는 사업인데, 마을과 버스승강장 거리가 1km 이상인 마을을 선정했었다.

지정 마을이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교통 오지마을 주민들의 이동이 편해졌을 거라는 점과 주민들의 호응도가 좋았을 것이라는 점을 내포하는 거라고 기사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취재 시작 전부터 이 사업의 운영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선입견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공정한 취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군의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방향을 정할 계획이었다.

이에 해남사랑택시를 담당하는 환경교통과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에게 해남사랑택시 대상마을 확대에 대한 취재를 진행했다. 몇 개의 마을이 증가됐는지, 이용률은 좋은지 등에 대해서는 막힘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월별 이용현황을 요구하자 답변의 흐름이 끊겼다. 계장과 상의해보고 결정해야 할 내용이라는 것이다. 군이 지난해 배포한 해남사랑택시 보도자료에서는 총 이용현황을 공개한 적이 있었기에 월별로 공개하는 것은 왜 상의를 거쳐야 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무자인 담당자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주민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는 자료를 요구한 것도 아니었기에 자료를 제공해줄 것이라는 데에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걸려온 전화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곧바로 알려주겠다는 것이다. 단순 통계자료인 월별 이용현황이 정보공개 청구가 필요할 정도로 민감한 정보였단 말인가 싶었지만 알겠다고 전화를 끊은 후 선배 기자들에게 상의했다. 선배 기자가 환경교통과 과장에게 이 부분을 이야기했고 담당자가 다시 전화를 줄거라는 답변이 나왔다.

하지만 담당자의 해명은 앞선 취재내용보다 더 황당했다. 좋은 방향으로 작성하는 홍보 기사인지, 아니면 문제점을 비판하는 지적기사인지 몰랐기에 정보공개 청구를 요구했다는 것. 같은 자료임에도 군의 입맛에 따라 제공한다는 답변이나 다름없다.

정보공개는 정부 3.0을 통해 공공정보를 적극 개방·공유하는 등 양방향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에서 이뤄지는 제도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정보공개를 청구해도 비공개 답변이 돌아오기도 해 답변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는데다 이런 식의 대처는 정보공개를 악용한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제는 기사를 쓰기 위한 자료까지도 군의 검열을 받아야 가능한 것일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행정이 해남군의 성장에 얼마큼 도움이 될지 군의 자기 검열부터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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