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란 의회 안에서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를 말한다. 지금 국회는 야당 의원들이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무기한 토론이 진행 중이다.

점차 무기한 토론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언론들은 최장 기록을 갱신했다라던지, 본회의 방해 등에만 초점을 맞춘 흥미위주의 보도만 내보내고 있다. 정작 그들이 왜 테러방지법을 막으려 하는지 언급이 되지 않고 있어 자칫 부정적인 행위로만 보일 수도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다수의 의견이 모두의 의견으로 채택된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가 합법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방법이 무기한 토론이다. 다수를 이루고 있는 여당에서 통과 시키려하는 테러방지법을 소수의 야당이 막으려는 최후의 저항인 셈이다.

국회 본회의장은 4일 밤낮이 넘도록 불이 꺼지지 않고 야당의원들이 반대의견을 담은 토론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이를 들어야하는 여당의원들은 본회의 장을 떠나 텅 빈 의원석만 남아있다.

야당의원들이 테러방지법을 막는 이유는 국정원의 정보수집권이다.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지금보다 더 큰 힘을 가지게 되고 테러단체의 조직이거나 테러단체 선전, 테러자금 모금, 테러예비, 음모, 선전, 선동 등을 했다고 의심될 경우 테러위험인물로 정의하고 출입국, 금융거래, 통신이용, 위치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게 된다. 국정원이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의 권한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우려를 하고 있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는 야당의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곧이어 다가오는 총선의 투표를 독려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소수가 다수를 견제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총선정국과 맛물려 한계성이 명확히 보이지만 국민들의 의견에 귀기울여 법안의 독소조항을 배제시키는 등의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라본다.

국회의 이 같은 모습을 보면서 해남의 모습은 어떤가하고 생각하게 된다. 군수부터 군의원들이 하나의 정당에 속해있어 소수가 다수를 견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해남에도 이 같은 상황이 일어나 무조건적인 다수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아닌 소수의 의견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도 가져본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NO라고 한다"는 과거 유명했던 모 증권사의 광고 카피이다. 지금의 상황과 비교해 적절한 단어가 아닐지 모르지만 다수가 옳다고 밀어붙일 때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해 용기 있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