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농업농촌은 무한경쟁 시대에 놓여있다. 수입개방으로 인한 값싼 수입산 농수산물이 밀려들어오면서 생존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농군 해남군은 이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고구마는 해남의 대표 특산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근 영암군의 생산량이 더 앞설 정도로 영암군도 고구마 농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여주시도 지난해 고구마 산업을 향토산업육성사업으로 추진하면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해남군도 (사)해남고구마생산자협회 등이 차별화된 명품고구마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수많은 자치단체가 지역농가를 위해 고구마산업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어 앞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절임배추 역시 갈수록 치열한 경쟁 속에 빠져들고 있다.

이 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근 보성군은 군이 농수특산물 품질을 보증하는 공동브랜드 '미미모'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등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해남군도 수년 전 지역농수특산물의 공동브랜드로 신뢰를 높이고 홍보를 강화한다며 공동브랜드 '땅끝누리'를 만들었었다. 지난 2007년에는 땅끝누리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했고 지난 2010년에는 논그림을 그려 홍보까지 했다.

당시 군은 군내 생산되는 농수특산물의 품질향상과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해 해남군 농수특산물품질인증상표 관리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이 조례는 군내에서 생산·가공된 농수특산물에 대해 군수가 품질을 인증하는 해남군수 인증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농군 해남으로서 다른 자치단체보다 한발 앞선 정책을 펼쳤던 것이다.

하지만 입법예고 등의 수순까지 마쳤던 조례안이 사라지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다른 자치단체보다 앞선 정책을 펼치고도 사업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해 조례안이 사라지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해 이젠 타 자치단체를 쫓아가야하는 실정에 놓였다.

어이가 없게도 이 조례안은 5대 의회에서 6대 의회로 넘어가면서 사라졌다고 한다. 조례안을 상정했던 해남군, 조례안을 논의했던 군의회, 어느 누구도 이 조례안을 챙기지 않아 결국 5대의회 폐안종결로 처리된 것이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농수산물 품질인증제의 심사기준을 조례로 마련하라고 각 자치단체에 권고했다. 이에 해남군도 조례 제정을 위한 논의에 나설 계획이지만 현재 이 조례안을 만들고 추진할 담당부서마저 정해지지 않고 있다.

이 부서가 맡아야 한다, 저 부서가 맡아야 한다. 부서간 책임을 회피할 경우 조례안이 사라졌던 과거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제발 이번만은 지역의 농수특산물의 경쟁력을 높여 생산 농어가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조례가 제정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