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면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던 50대 가해자가 지난 14일 구속된 데 이어 검찰에 송치됐다. 사건 기소 후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통상적으로 성폭력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형량이 많지 않을뿐더러 오락가락 하는 양형 기준에 따라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또다시 지역사회에서 가해자를 마주치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본 기자는 <본지 1월 8일자 '50대, 미성년 지적장애인 성폭행해 임신까지'>라는 기사 보도를 시작으로 해남군 A 면에서 일어난 성폭력 범죄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다. 지역 내 성폭력 범죄는 소문이 빠른 지역사회 특성상 피해자들이 노출을 꺼려하기 때문에 보도는 거의 되지 않는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해서이다. 다행히 이번 사건은 피해자 주변인이 용기를 내주었고, 사회적 약자를 지켜야 한다는 이웃 주민들의 노력이 보도에 큰 힘을 주었다.

그렇게 취재하게 된 피해자의 상황은 들을수록 가슴이 답답했다. 주변인에 따르면 가해자는 죽여버린다는 협박을 일삼거나 피해자를 회유해 합의까지 하려 했다.

더군다나 가해자는 불구속수사를 받았기에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자신이 다니던 모임에서 피해자를 임신시킨 내용을 자랑하듯 떠벌리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떳떳하게 돌아다니고 보호받아야할 피해자가 오히려 위축돼 숨는 상황은 "손바닥이 마주쳤으니까 소리가 났다"며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책임유발론과 '순결' 등의 왜곡된 성 인식이 통용되는 사회적 분위기, 성폭력에 대한 약한 처벌의 영향이 크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행태를 정부가 벌이고 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하고 위안부 재단 설립을 위한 10억엔 지급 등의 내용을 타결했다. 일본의 법적 책임은 제외된 채였다.

29일 외교부에서 해남군과 전남도 유일한 위안부 피해여성 생존자인 공점엽(95)할머니를 만나 한·일 협상에 대해 현지점검을 하겠다며 방문 계획을 잡았다고 한다. 꽃같은 젊음을 강제로 빼앗기고, 고향에 돌아와서는 이웃의 시선에 숨죽인 채 눈물 훔치며 살아야 했던 할머니들에게 이제는 나라를 위해 합의하라며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라는 한 국가권력이 나서서 성폭력을 강제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게 책임있는 사과와 국가배상을 요구하며 용기있게 목소리를 낸 피해자할머니들을 보는 우리나라 정부의 인식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일부 왜곡된 시각과 다르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다. 상상조차 되지 않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멋대로 재단하는 과오를 범치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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