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직원들이 올해 삼성과 가장 어울리는 사자성어로 '고진감래'를 꼽았다고 한다. 고진감래란 고된 날들이 지나면 달콤한 즐거움이 찾아온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지금은 어렵고 고생스럽지만 조금만 참으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말로 종종 사용된다.

하지만 농민들에게 정말 어울리지 않는 사자성어 중에 하나가 고진감래다. 농민들은 수년째 고된 날들을 참고 있다. 이들에게 조금만 더 참으면 올해는 달콤한 날이 올 것이라는 말을 할 수조차 없다. 여전히 농업농촌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농민들의 외침에 귀를 닫고 있다.

칠레, 유럽, 미국, 중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값싼 수입산 농수산물이 물밀 듯 들어오고 있다. 일부 품목들은 관세가 철폐되며 국내산 농수축산물은 사실상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특히 농업농촌의 최후의 보루인 쌀값이 유래 없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 졌다. 결국 농민들은 아스팔트로 내몰렸다. 1차 집회에서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직사 물대포을 맞고 50여일 의식을 잃고 있지만 누구도 사과하거나 책임지지 않고 있다.

농민들은 쌀 값 폭락의 원인으로 정부의 밥쌀용 쌀 수입을 꼽는다. 2012년산, 2013년산 구곡의 비축물량도 하루빨리 처리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민들뿐만 아니라 사회단체, 일부 정치권에서도 쌀의 대북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남한에서 넘쳐나는 쌀을 북한에 지원해줌으로써 실질적인 국내 쌀의 시장격리 효과를 거둬 가격폭락도 잡고 경색된 북한과의 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꿈쩍도 않는다. 아니, 농업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조차 당사자인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생각조차 않고 있다. 꽉 막힌 불통된 정책은 농업농촌 현실에서 어느 것 하나 실효를 거두지 못한다.

정부가 생각하는 농민들의 사회적 지위에 차이가 있었다. 우리나라가 농민들을 산업구조에서 가장 낮은 종사자로 보고 있다면 덴마크는 가장 높은 종사자로 대우한다. 유통·가공 회사들 역시 산업의 기초를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농민들이 아무리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꼬집어도 농업산업과 연결돼 있는 유통·가공회사들은 입을 닫고 있다.

올 한해가 새롭게 시작했다. 농민들은 지난 겨울에 심은 겨울작물을 잘 키워 수확하고, 여름·가을 작목을 심을 준비를 하는 등 또 다시 한해를 준비한다.

농민들에게 '고진감래'라는 말이라도 해줄 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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