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남(해남고등학교 교사)

 
 

2015년 11월 12일. 올해의 수능 시험날. 매년 입시 한파가 등골까지 시리게 했건만 유독 올해는 조금은 포근했다. 야속하게도 수능시험 1교시가 끝나고 나서 뉴스 매체에서는 시험이 작년에 비해 매우 어렵다는 말만 흘러나왔다. 추위에도 떨지 않았지만 어려운 난이도의 문제라는 말은 가슴을 떨게 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공교롭게 12월 24일, 예수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그 날이 2016학년도 정시 모집 시작이고, 내년 1월 28일이 되면 정시 합격자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후 추가 모집이 끝나는 2월 25일까지 대한민국의 수험생인 우리 아이들과 그 아이들과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담임 선생님들은 언제나 새가슴이다.

이렇게 바쁘게 오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대학생이 될 것이고,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님들의 마음은 보람 반 걱정 반이 될 것이다. 도종환 님의 '스승의 기도'는 '날려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로 시작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우리가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치고 사랑하는 일은 그저 '날려보내기' 위해서다. 흔히 '보람'이라는 말로 한정지어지는 그 마음과 함께 요즘에는 말 못할 걱정이 많이 생긴다.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로 시작했다가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포기)를 거쳐 '칠포세대'(오포세대에서 꿈과 희망마저 포기)라니 'N포세대'라는 비참한 말까지 생기는 시대가 요즘 시대이다. 그러다보니 대학가에 예전과 같은 낭만은 꿈도 꿀 수 없고 대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소위 '스펙'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어느 때도 걱정이 밥을 먹여 준 적은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와 일을 찾아 그 방면에서 '전문가'가 된다면 시대가 아무리 어려워도 경제가 아무리 흔들려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우리가 '세상을 향해 던져진 존재'라면 우리는 그 안에서 살 수밖에 없고 우리의 과제는 당연히 잘 사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야 할 미래의 시대는 다양한 가치관과 세계관이 공존하는 다양화의 시대, 다중 가치의 시대이다. 공무원 시험이나 대기업 입사와 같은 내가 붙으면 남이 떨어지는 경쟁의 삶보다는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삶의 방식이 모두 인정받을 수 있는 다양화의 시대가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고 그 분야를 위해 노력해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다면 그 누구보다 빛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맡는 분야와 일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대학생활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 본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