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격폭락 농민들 말라간다
민중총궐기 농민대회 군민도 참가

▲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농산물과 쌀값 폭락에도 수입을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상여를 멨다.
▲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농산물과 쌀값 폭락에도 수입을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하며 상여를 멨다.

새벽공기를 맞으며 지난 14일 북일면 좌일시장터로 향했다. 오전 6시 30분임에도 일찍부터 모여든 농민회원들로 북적였다. 웃으며 아침인사를 건네는 중에도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7시가 가까워지자 농민회원들은 버스에 올랐다. 서울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로 향하는 버스였다.

이날 해남군에서는 농민회를 중심으로 민주민생을 비롯한 여러 단체의 군민 550여명이 면별로 준비된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향하는 근본적인 목표는 하나였다. 농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것.

농민의 마음으로 함께 하겠다며 명현관 의장, 박재현 옥천농협 조합장과 삼산·북일지점장이 서울로 향했다. 김미희 의원도 송지면농민회와 동행했다. 어디선가 스쳐가듯 들려오는 "농군이라는 해남에서 농민들이 생존권 요구하러 가는데 인사도 없어"라는 말에 가시가 느껴진다.

아침도 거른 채 서울로 향하던 주민들은 휴게소에서 급히 상을 차리고 허기진 배를 채웠다. 휴게소 곳곳에 경찰들이 보인다.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니 기다란 띠를 나눈다. '쌀값보장'이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적힌 붉은 띠다.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버스에서 미리 준비된 DVD 영상이 나온다. 그동안 농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달픔과 어려움이 담긴 DVD다. '매년 3500억을 들여 41만톤을 수입하는 밥쌀용 쌀이 경기도 농민의 1년 생산량과 맞먹는다', '정부재고비가 135만톤이나 있는데도 쌀 수입을 강행한다', 'TPP 가입시 일본이 쌀 추가개방을 약속한 만큼 우리나라도 피해갈 수 없다'는 내용 등이다. 버스 안 공기가 무거워진다.

천안시를 지나치자 도로가 정체되기 시작한다. 고속도로에는 전국운수조합 화물연대 버스와 다른 시군의 농민회 버스들이 보인다. 한참을 달려 서울시청 인근에 진입한 시각은 오후 3시 40분이었다. 이미 도로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버스들로 혼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해남군민들이 농민대회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농민들은 비를 맞으며 폭락하는 쌀과 농작물 가격을 회복시키라는 마음을 담아 깃발을 휘날렸다.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애써 키운 농작물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광화문을 향한 본격적인 행진이 시작되자 상여가 등장한다. 농민을 위한 정부는 죽었다며 상복을 입고 상여를 멘 농민들이 앞선 것이다. 이어 피켓과 현수막을 든 농민들이 줄을 지었다. 어린 아이와 함께 손을 맞잡고 걷는 참가자도, 쓰레기를 줍는 참가자도 있었다. 해남군민들도 농민회 깃발을 휘날리며 대열에 참여했다.

농민회 집행부는 민중총궐기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방송하며 중간중간 서울 시민들에게 "죄송하지만 살기 위해 나왔다"며 이해해 달라고 외쳤다. 경찰들은 교차로에서 교통정리를 하며 길을 터줬다. 해남군민들이 철수할 때까지 농민대회 집회는 평화로운 거리행진이었다.

해남군민들은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안고 오후 6~7시경 해남으로 향했다. 광화문에서는 참가자들과 경찰 간에 벌어진 가슴 아픈 소식이 밀려왔다. 농민들의 힘겨운 사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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