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대한 배려 필요

지난 주말 이사 온 친구와 딸내미 친구를 보기위해 어느 시골마을을 방문했다. 저녁밥을 먹고 또 그 옆에 사는 친구네를 가기위해 아이들과 밤길을 나섰다. 걸어 일분도 안 걸리는 길에 커다란 벼 건조기가 큰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는데 문제는 배출구에서 나오는 먼지였다. 그 배출구를 막지 않아 그 많은 먼지가 길로, 다른 집으로 그대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우리는 아이들 손을 잡고 입을 막게 한 뒤 뛰어갔다. 날이 밝자 마을산책에 나섰는데 이 마을도 우리 마을처럼 한집건너 하나씩은 벼건조기가 있었다. 그런데 다들 배출구가 여과장치없이 노출된 채 벼 먼지들을 뿜어내고 있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건조기가 돌아가는 기간 동안에는 빨래를 널 수 없어 그래도 좀 먼지가 적은 친구네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귀촌한지 어느덧 10여년이 다 되어간다. 어제일 같은데 그사이 산전수전은 아니지만 나름 시골의 문화와 정서를 몸으로 부딪치며 눈물도 흘려보고 시골삶의 소소한 재미들도 터득해가고 있다. 긴 시골생활에도 적응 안 되는 몇 가지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시도 때도 없이 온갖 쓰레기를 태우는 어르신들과 연기이다. 요 근래 몇 년 전부터는 벼 건조기가 늘어가면서 나오는 먼지량이 대단하다. 봄철 보리말릴 때와 가을철 벼 말릴때 건조기가 돌아간다. 시간으로 생각하면 잠깐이고 농촌의 환경이 주택과 작업실이 같이 있다 보니 어쩔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밤새 돌아가는 기계음은 보다도 말리면서 나오는 먼지 배출구를 막지 않아 마을 전체가 희뿌연 할정도로 먼지가 심각하다. 그럴 때면 며칠 기침과 가려움에 시달린다.

내가 시골로 왔을 땐 부모님이 농사를 짓고 계셔서 벼를 추수해서는 길에. 마당에 말리는 걸 도와드리곤 했다. 햇볕 좋을 때 당그레로 한번씩 뒤집어주고 잘 마르면 포대에 일일이 담느라 참 힘들었다. 비라도 올라치면 급히 담느라 혼을 빼놓기도 했다. 지금은 길에 말리는 사람은 열에 하나정도로 보기 힘들고 논농사가 다들 기계화되다 보니 건조기에 넣어 말리는데 몸은 편해졌지만 그 대신 많은 먼지를 마시며 살게 되었다. 시골사람들의 건강과 주거환경이 악화되어가고 있다.

지금도 가끔 공기 좋은 시골에 사니 얼마나 좋으냐고 한다. 물론 도시보다야 좋지만 지금은 시골이라고 공기오염에 예외지역은 아니다. 황사와 미세먼지, 시골만의 연기와 먼지로 온 계절을 빼앗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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