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 나이 73세에서 85세까지

 
 

지난 28일 오후 4시, 7시 두 차례에 걸쳐 어르신들로 구성된 연극공연이 해남 문화원 2층 소공연장에서 있었다.

이번 연극공연은 해남문화원에서 어르신 문화활동가 양성을 위한 연극교실 '표노아'의 세 번째 공연이다.

스크린에 낡은 흑백 사진들이 흐르며 공연이 시작됐다. 사진 속 주인공들은 바로 나의 부모님, 조부모님의 모습이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고 했던가! 우리 어르신들의 시간은 분명 거꾸로 가고 있었다. 신비스럽도록 아름답고 귀여운 공연이었다. 어르신들의 특성을 깊이 파악한 연출자의 섬세함과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명지관 이의신 역을 맡았던 곽영순(81) 씨는 "우리가 이 나이에 지금 연극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 해남 문화원에서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셨다"며 "노후에 이런 세계를 알아서 너무 즐겁다. 무대 위에서 연극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생각해도 대견하고, 흐뭇하다"고 밝게 웃으셨다.

3년간 어르신들 연극 수업과 더불어 연출을 맡아온 장홍선 연출가는 "어르신들이 매년 조금 더 도전할 것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면서 "연극을 충분히 즐기고 자칫 나이가 들수록 내면으로 감추게 되는 감성을 드러내실 수 있도록 힘썼다"고 말했다.

'표노아'란 '표현하는 노년은 아름다워'를 줄인 말로, 무대 위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 어르신들이 활동하고 있다.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표노아'는 73세부터 85세의 연령대로 구성되어 매년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번 공연 '여우비'는 해남 마산면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의신'설화를 바탕으로 '호랑이 형님'과 같은 전래동화를 곳곳에 배치하여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설화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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