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사전적 의미는 전에 경험하였거나 학습한 것의 파악이 일시적 또는 연속적으로 감퇴 및 상실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어떤 사실을 잊어버린 것을 말한다.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사회교과서에는 지방자치에 대해 자기가 사는 지역을 주민들 스스로 다스리는 제도, 자기 지역의 일을 지역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제도라고 한다. 지역 주민들이 지역의 일을 스스로 결정한다고 해서 주민 모두가 직접 나서는 것은 아니다. 도지사나 시장, 군수, 도의원, 시의원, 군의원 같은 지역의 대표를 뽑아 지역의 일을 결정하고 처리한다. 그래서 지역의 대표를 뽑기 위해 선거를 치른다. 선거로 뽑힌 지역의 대표는 지역민을 대변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조례제정, 주민애로사항 해결 등 다양한 결과를 주민에게 보고하고 주민생활에 불편한 점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상이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지방자치의 내용이다.

해남의 지방자치는 한마디로 엉망이다. 최근 박철환 해남군수는 284명이라는 공무원의 근무평점을 조작해 입맛에 맞는 인사를 했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다. 이 사실은 지역사회에 매우 큰 충격을 주고 있으며, 공직사회는 줄을 잘 서야하고 잘 비빌 줄 알아야 승진할 수 있다는 자괴감에 빠져있다.

이런 박 군수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해남군의회는 현재 어떤 모습인가. 한마디로 수수방관하고 있다. 군정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은 군의회의 역할이지만 잘못된 군정에는 올바른 군정이 되도록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도 의회의 몫일 것이다.

감사원의 근평조작 사건의 결과가 발표된지 10여일이 되어간다.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박 군수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군민의 대변자로 뽑힌 군의회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민들은 이미 군의회가 박 군수의 손아귀에서 놀아난다는 비아냥거림과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조롱마저 나오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운 군의회가 출범했다. 군민들은 11명의 의원 중 8명의 초선의원이 탄생하면서 새로운 군의회를 기대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현재 군의회를 보면 한심하다는 표현이 딱이다.

군민들은 잘못된 점을 바로잡으라고 소리치고 있다. 이런 군민들의 목소리가 군의회까지 전달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군의회는 스스로 귀를 막고 있는 것인가. 군의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망각하지 말라. 군민들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는 군의원을 원하지 않는다.

망각은 스스로 자신만의 틀안에 가둬놓고 편함만을 추구할 때 생겨난다. 군의회는 틀안에서 벗어나 군민에 다가가야 한다. 군의회는 군수와 엮여 있다는 불명예스러운 오명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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