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까지 문화원

▲ 김남주시인의 사진과 육필원고가 어우러져 전시되어 있다.
▲ 김남주시인의 사진과 육필원고가 어우러져 전시되어 있다.

해남문화원에서 지난 15일부터 김남주 시인의 육필원고, 사진, 유픔 등을 전시하는 '김남주의 삶과 문학 展'이 열리고 있다.

전시실에서 그의 소지품이며 육필 원고를 지긋이 들여다본다. 마치 따뜻하고 살가웠던 친척 오빠의 방에 들어온 듯하다. 20대 중반 남도를 배낭여행하고 있을 때 '김남주'라는 이름이 하룻밤 잠자리를 내어 줬었다. 김남주 시인이 돌아가신 1994년도 언저리였다.

땅끝 쪽에서 오는 버스였던가? 한 아주머니의 큰 짐을 들어 함께 버스에 올랐다. 아주머니는 '고맙다', '어디로 가느냐'는 말 끝에 "김남주 아요?"하고 물으셨다.

우리는 아는 문제를 만난 학생처럼 '네!'하고 대답했다. 문학 관련 학과를 나와 글 쓴다고 하고 있을 때니 이름은 귀에 익숙했다. "나 김남주 (사촌)누나요!" 아주머니는 죽은 동생을 어떻게 아는지 묻지도 않고 단지 '안다'는 말 한마디에 눈시울이 붉어지시면서 자신의 집으로 가서 하룻밤 자고 가기를 권하셨다.

10년 후 해남으로 귀농해서 학생들과 김남주 시극을 만들고, 김남주의 시를 낭송할 줄은 몰랐다.

곱슬머리에 흑백 사진 속에서 유난히 흰 이와 환한 웃음의 김남주, 망월동에서 영정사진을 들고 있거나 메가폰을 든 비장한 표정의 김남주, 시인의 마당에서 어머니와 함께 서 있는 한 아들로서의 김남주, 부인 박광정 여사와 동생 김덕종 씨 등에게 보낸 편지들이 전시되어있다. 유리 액자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 눈을 비비며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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