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2년차 화산 김정모 씨

 
 

해남으로 이사해서 손수 살집을 짓고 있는 후배네가 막바지 힘이 빠졌을 때 찾아낸 돼지국밥집이 있다. 아이들 것은 뚝배기를 따로 해서 담아주는 정성에, 공기밥은 무한대로 추가라니!

비도 추적추적 내리고, 감기기운이 으스스 올라와 저녁을 함께 먹자는 후배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돼지국밥집을 찾아 나섰다. 화산면 면소재지라는데….

날씨가 받쳐줘서인지 점심때가 갓 넘은 시간인데 돼지고기가 다 떨어졌다. 주인장이 권하는 순대국밥을 먹었다. 후배 말대로 담백한 육수에 질 높은 순대가 감칠맛이 있다. 특히 김치, 깍두기가 입맛을 당겼다.

귀농인 김정모(53) 씨는 도시에서는 그런 마음이 없었는데 여기오니 사람들 퍼주는 게 어찌 그리 아까운 마음이 안 드는지 모르겠단다.

2013년 지인의 권유로 해남으로 귀농해서 1300평 규모의 양파농사와 콩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건 인건비 등을 제하고 몇 십 만원이 고작이었다. 아직도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자녀들에게 보낼 교육비로 고심하고 있을 때였다.

화산면 소재지를 지나가다 '매매' 안내장이 붙은 이 가게를 발견했다. 길가 쪽으로 창이 넓게 펼쳐진 형태가 마음에 들어서 무작정 샀다. 돼지국밥집을 해봤냐고? 식당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다.

금년 5월 11일에 오픈을 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문을 열자마자 점심때가 지나서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준비한 재료가 점심 때 다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한동안은 음식 파는 재미에 빠져서 쉬는 날도 없이 식당을 운영했다. 그러다 다시 첫째, 셋째 일요일은 쉰다는 표를 벽에 써 붙였다. 처음 귀농을 결심했던 취지대로 개인적인 생활의 여유와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MSG와 같은 화학조미료는 부엌에 안 들이는 것이 원칙'이라는 김정모 씨는 "별로 맛도 없는데 이렇게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로 정성을 다했음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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