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속에서 하는 품앗이 놀이모임

▲ 자녀가 또래친구들과 자연에서 크고 배울 수 있도록 부모들이 모여 '느티나무 놀이품앗이모임'을 만들어 함께하고 있다.
▲ 자녀가 또래친구들과 자연에서 크고 배울 수 있도록 부모들이 모여 '느티나무 놀이품앗이모임'을 만들어 함께하고 있다.

우리 세 아이들에겐 매주 만나는 들동무, 산동무가 있다. 함께 금강골과 대흥사 숲길을 산책하며 녹우당 비자숲길을 걷고, 바다가 보고 싶을때는 30분만 가면 소나무숲을 가진 송호바닷가가 있고, 공룡이 보고 싶을 때는 우항리를 찾는다.

첫 아이를 낳고 해남에선 도시에는 흔한 육아관련 문화센타가 없는 것을 한탄하며 목포까지 다닌 적이 있다. 40분수업을 위해 3개월동안 왕복 2시간을 달려 도시를 오갔다.

그때 받은 오감발달과 음악놀이수업은 꽤 재미있기는 했지만, 봄놀이를 한다고 흙을 실내에 펼쳐놓고 꽃을 심는 놀이를 하면서 내가 뭐하나 싶었다. 이곳에서 말하는 영유아때 중요한 오감발달 놀이는 해남에서 직접 산과 들에 나가서 하면 되는데….

얼마뒤 같은 또래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을 생협에서 알게 되어 품앗이 놀이모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해남군청 앞 500년된 느티나무처럼 오랫동안 만나는 벗이 되자고 놀이모임도 '느티나무 놀이품앗이모임'이다.

안전한 먹거리와 자연속에서 영유아발달에 맞춘 생태육아를 지향하는 육아관이 다행히 서로 맞아 느티나무 모임은 2006년생 아기부터 시작해 2014년 아기들까지 이어오며 만나고 있다.

당시 처음에는 품앗이라고 해서 자신이 잘하는 영역을 찾아 미술, 요가, 음악, 영어, 그림책놀이 등을 프로그램화 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몸으로 가르쳐 주었다.

숲에서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나뭇잎, 돌맹이, 계절별 다른 열매들을 찾아주었고, 자갈길을 걷고 바위를 오르고 나무를 타면서 적절하게 발길을 떼고 몸의 균형을 잡는 법을 터득해갔다. 친구들과 매주 나들이를 하거나 다양한 주제의 놀이들을 하면서 그렇게 아이들이 커갔고,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자 주말에 만나 전래놀이를 하게 되었다. 엄마, 아빠들과 함께 제기차기, 공기놀이, 딱지치기, 연날리기, 비석치기, 봉숭아물들이기, 화전놀이, 풀피리불기, 굴렁쇠굴리기 등을 하였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아이들이 들어가자 매달 가족들이 함께 만나 전남지역의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탐방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찾을 땐 체험하지 못하고 놓치는 것들이 단체로 방문하니 유리한 점이 많고, 만날 때마다 친구들과 만나니 아이들도 이 날은 무척이나 기다린다.

첫 아이를 낳고 크든 작든 엄마들은 산후우울증을 앓는다. 작은 생명에 대한 감사와 미래에 대한 걱정, 낮밤이 바뀐 환경에서 수면부족과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고, 더구나 도와줄 가족이나 시스템이 없을 땐 엄마들의 우울증은 더 심해진다.

그럴 땐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공원이나 숲속에 있으면 아이와 부딪힐 일도 줄어들고 아이도 자연 속 변화들을 살피느라 심심해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노력해야 하고, 온 지구가 그것을 도와줘야 한다고 한다. 지금 바로 이웃을 찾아 놀이친구를 만들어보자. 그들과 해남의 멋진 곳들을 함께 탐험하다보면 육아스트레스는 어딘가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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