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 학교는 지역사회의 중심

▲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져있는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의 건물은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그 이전에 학교를 살리기 위한 마을주민, 교사,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학생들이 행복하게 뛰어놀 수 있게 됐다.
▲ 알록달록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져있는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의 건물은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졌지만 그 이전에 학교를 살리기 위한 마을주민, 교사, 학부모들의 노력으로 학생들이 행복하게 뛰어놀 수 있게 됐다.

l 싣는순서 l
1. 남한산초등학교
2. 거산초등학교
3. 모량중앙초등학교
4.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
5. 송화초등학교
6. 원동중학교
7. 궁근정초등학교 소호분교장

마을에서 공동주택 지어
외지인 유치 나서

까다로운 입주조건으로
정착할 수 있는 사람 골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 있는 애월초등학교(교장 김영준) 더럭분교장(교감 오영희)은 마을에서 공동주택을 만들어 이주민을 받아들이면서 학생수가 늘어나 폐교위기에서 벗어났다. 까다로운 입주요건을 통해 하가리를 비롯해 제주도에 정착할 수 있는 가족만 받아들여 학교도 살리고 마을도 함께 살리고 있다.

더럭분교장은 지난 1946년 하가국민학교로 개교한 뒤 1954년 더럭국민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이후 1978년 학생수가 366명까지 늘면서 1984년에는 병설유치원을 개원했지만 1990년대부터 학생수는 점차 감소했다. 1996년에는 전교생이 46명으로 줄면서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으로 격하됐으며 병설유치원마저 폐원됐다.

전국 농어촌의 문제였던 이농현상과 저출산 등은 더럭분교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로 인해 2009년에는 17명으로 줄어 적정 규모 학교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정책에 의해 통폐합의 위기가 다가왔다.

하가리에 하나밖에 없는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 마을 주민들은 학교살리기에 나섰다. 다양한 방안을 생각하던 끝에 외지사람들이 마을에서 살 수 있는 집을 제공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진 다가구주택인 연화주택에는 하가리를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입주민들만 입주해있다.
▲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진 다가구주택인 연화주택에는 하가리를 제2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입주민들만 입주해있다.
▲ 마을의 상징인 연화지.
▲ 마을의 상징인 연화지.

당시 제주도는 납읍초등학교가 있는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주민들이 1990년대에 추진했던 빈집 무상 임대, 다가구주택 건립 등으로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의 효과를 보고 다가구주택 건립사업을 지원하고 있었다.

하가리 주민들은 제주도에서 지원받은 4억원과 마을의 불모지 등을 매각해서 만든 공동기금 8억원을 가지고 지난 2011년 10세대 규모의 다가구주택을 만들었다. 다가구주택이 만들어질 부지도 마을의 중심인 하가리사무소와 마을회관 옆으로 정했다.

더럭분교를 다닐 학생과 가족들을 위해 만들었기 때문에 100㎡(30평) 8세대, 85㎡(26평) 2세대 등 면적도 넉넉하게 만들고 마을의 상징이기도 한 연못인 연화지에서 이름을 따와 연화주택이라 이름 붙였다. 타시·도 주민들 중 초등학생 자녀가 있어야하며 부부가 같이 살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입주조건을 만족하는 사람만 입주할 수 있었다. 입주자들은 보증금 연 200만원과 연 25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다가구주택을 이용하게 됐다.

마을주민들의 노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14년에 다가구주택을 추가로 조성했다. 이때도 제주도에서 5억원을 지원해주고 마을에서 공동기금으로 8억원을 투입해 25평형 10세대를 지었다. 마을주민들은 입주민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학교를 졸업한 뒤에 다가구주택을 떠나도 살 집을 소개해 주는 등 도움을 줄 계획이다.

마을에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정주여건을 마련해주어 학생들은 편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고 학부모들에게는 지역에 정착해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09년 17명이었던 학생수는 2012년 46명, 2013년에는 60명 등 매년 증가했다. 더럭분교장의 현재 학생수는 76명으로 전체학생 중 하가리에서 등교하는 학생이 54%(41명), 인근 상가리에서 다니는 학생이 30%(23명)로 학교 옆에서 다니는 학생이 84%나 된다. 인근 도시에서 작은 학교로 등하교하는 학생이 많은 여타 작은 학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마을 주민들의 학교 살리기와 더불어 교사와 학부모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복식수업을 하던 더럭분교장은 학생수 증가로 학년별 학급을 만들었고 이에 따라 교사도 늘어났다. 교육프로그램도 소규모학교의 특성에 맞도록 변화를 주었다. 우리의 전통을 살릴 수 있는 승무북 연주를 전교생이 함께 하면서 협동심을 기르고 제주도에서 치러지는 각종 행사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또 더럭분교장은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조별로 둘러 앉아 차를 마시며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에는 서로를 칭찬해주고,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의 시간을 보낸다. 또 텃밭에서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면서 생명존중과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이러한 교사들의 열정적인 지도는 자녀에게 특색 있는 교육을 하고 싶어 하는 제주도로 귀농하는 학부모들이 욕구에 부흥하며 학생 수는 늘어났다.

이러한 더럭분교장이 유명세를 탄 것은 작은 학교 살리기도 있지만 지난 2012년 삼성전자가 프로모션한 'HD 슈퍼아몰레드 컬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학교건물이 다채로운 색이 칠해지면서였다. '제주도 아이들의 꿈과 희망의 색'을 주제로 아름다운 색을 입은 더럭분교장은 TV광고를 통해 소개되고 올레꾼들의 블로그와 SNS를 통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학교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일부 관광객들은 수업중에도 학교를 방문해 학교 내부를 구경하는 등 이기적인 행동하고 있어 교육활동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더럭분교장의 작은 학교 살리기는 마을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살 수 있는 집을 제공해 학생 수를 늘리는 동시에 줄어가던 마을의 인구도 함께 늘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학교가 살아나면 마을도 살아난다는 것을 보여줬다.

 

| 인터뷰 | 장봉길(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이장)

지역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와야 한다

 
 

장봉길 이장은 고향인 하가리와 제주도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매일 오전 5시에 하가리사무소로 출근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장 이장의 마을 사랑은 소문이 자자하다. 더럭분교장을 살리기 위해 마을주민들과 이곳저곳을 다니고 방법을 찾다 제주도민이 아닌 외지인을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다가구주택을 지었다. 다가구주택을 완공하고 입주민을 모집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 장 이장은 철저한 개인면접을 통해 하가리의 진정한 주민이 될 수 있는 사람만 입주를 허용하고 있다.

- 다가구주책의 입주조건이 까다로운 이유가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로 이주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이주한 뒤에 마을과 지역에 융합되지 않고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일이 많았다. 이주민은 문제가 생기면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아있는 원주민들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개인면접을 통해 입주자들을 고르고 있다. 연화주택 첫 해 입주민을 모집한다는 것을 인터넷에 올리니 많은 사람들이 입주를 희망했다. 입주기준을 정해 입주자를 골랐지만 첫 해에 입주한 사람들은 1년만 채우고 내쫓아버렸다. 마을에 섞이지 못하고 입주자들끼리 분쟁도 생긴 것이 이유였다. 그래서 더 꼼꼼한 입주조건과 면접절차가 생겼다. 희망자 10명을 만나보면 그중 1명이 입주자가 된다. 초등학생 자녀, 부부가 함께 거주, 주소지 이전, 생활 능력, 마음가짐 등 제주도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있다.

- 학교살리기와 마을살리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간의 갈등 없이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학교살리기와 마을살리기를 한다는 곳은 많다. 대부분 일시적인 효과만 있고 이를 지속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주민이 지역에 거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원주민들과 융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지도자의 의지와 사명감이 있어야한다. 이주민과 원주민 양쪽의 의견을 조율하고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힘도 갖춰야한다. 이렇듯 내부에서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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