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함께 만든 고정희 시극 공연

▲ 지난 15일 자연드림 2층 두둥실 소극장에서는 관객과 배우가 함께하는 고정희 시극이 공연됐다.
▲ 지난 15일 자연드림 2층 두둥실 소극장에서는 관객과 배우가 함께하는 고정희 시극이 공연됐다.

"아름다운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관객들, 배우, 스텝 모두 무대로 올라와 메아리처럼 외친다. 밀려오는 가을만큼 벅찬 잠깐의 순간이 있다.

지난 15일 오후 7시 자연드림 2층 두둥실 소극장에서 고정희 사진 및 육필 원고 전시와 고정희 시극 진행 다큐멘터리 '나는 나비다'(작가 이보영)가 시극 공연에 녹아 한편의 퍼포먼스처럼 펼쳐졌다.

전시실에 등불을 든 한 여인(최은숙 분)이 들어와 어두운 복도를 거쳐 공연장으로 이끈다. 바람소리 요란한 공연장, 무대 위 어둠속 스텐드 불빛 아래 시를 쓰고 있는 고정희(조현자 분)가 있다. 지금 막 가슴에서 시를 건지고 있는 고정희 목소리(이명숙 분)가 들린다. 세월호 사건 등 세상의 무수한 뉴스 소리를 뚫고 저 멀리 복도 끝에서 노인(최순덕 분)의 외침과 비탄에 빠진 걸음이 무대로 들어온다. 관객들을 향하여 '이시대의 아벨'(고정희 시)을 토해낸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고정희 시)가 읊어지는 동안(주경희·강순이) 이 시대의 희생, 비극을 상징하는 희고 긴 천을 가슴 가득 받아든다.

째깍 소리 요란하고, 핀 조명 속으로 가방과 머플러가 던져진다. 구자명(정진아 분)씨까지 시간에 던져져 헐레벌떡 회사 갈 준비를 한다. 잠이 모자란 구자명씨는 버스(강윤구·강순이 분)에 타자마자 졸기 시작한다. 닥달하는 시어머니(주경희 분), 울어대는 아이들, 술취해 들어온 남편(민경진)을 챙기는 꿈을 꾸는 동안 '우리 동네 구자명씨'가 낭송(심은호)된다. 관객들의 애환을 즉흥연기로 꾸미는 한판 어울림, 관객들이 낭송하는 한구절 시구들 등 시인 고정희의 시들이 만들어낸 한판 어우러짐의 크기가 크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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