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사이드 아웃-

최근 극장가에 '안사이드 아웃'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개봉되었다. 네티즌 평점이 9점을 넘으며, '겨울왕국'의 뒤를 이어 한창 인기몰이 중이다.

영화는 독특한 발상에서 시작된다.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다섯 감정의 캐릭터가 존재하고, 그 캐릭터들이 컨트롤 본부에서 감정을 조절한다는 발상이다. '라일리'라는 아이의 머릿속에 있는 다섯 감정들은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기쁨'과 '슬픔'이 본부에서 이탈하게 되어 라일리의 마음에 큰 변화가 찾아오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 '기쁨'과 '슬픔'이 본부로 돌아가려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자녀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부모들은 하루에도 수시로 변하는 사람의 감정을 머릿속 다섯 감정들로 유쾌하게 표현하는 모습에 아이들보다 더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

영화에서 감정 컨트롤 본부의 대장은 '기쁨'이다. 즐거움과 재미, 성취감, 쾌락, 환희 등의 감정들이 모두 '기쁨'을 통해 전달된다. 그렇다고, '기쁨'만이 전부는 아니다. '소심'은 위험한 전기코드 줄을 피할 수 있게 해주며, '까칠'은 맛없는 음식을 거부하고, '버럭'은 원치 않는 상황에서 싫다는 의사표현을 하고, '슬픔'은 힘든 상황이나 실의에 빠졌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모든 감정들이 각자의 존재 이유를 갖는다. 영화는 이러한 감정들을 억지로 참거나 숨기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음을 말해준다. 다섯 감정들이 모두 '라일리'의 '행복'을 위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슬픔'이라는 감정에 주목해봤다. 우리는 슬퍼하는 것을 싫어한다. 옆에서 아이가 울고 있으면 울지 말라며 혼을 낸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슬픈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슬플 때는 충분히 슬퍼해야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한다.

슬픔을 통해 느껴지는 무기력함과 생각의 멈춤은 온전히 그 상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고, 해결 방안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힘들어하는 '라일리'를 위로하고 공감해주었던 것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보고난 후, 요즘 사회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감정과 재미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성취와 성공을 위한 긍정의 마인드만을 요구하고, 나도 모르게 '슬픔 따위는 버려야해!'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래서 사회가 큰 슬픔에 빠졌을 때,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꾸 숨기고 덮으려고만 하는 건 아닐까 염려된다. '슬픔'은 약한 존재가 아니다. 고난과 시련 속에서 위로와 공감으로 행복을 다시 찾도록, 디딤돌이 되어주는 강한 존재이다.

주말을 맞아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 더욱더 이 영화를 추천해본다. 가족들과 함께, 혹은 친구나 연인끼리 내 머릿속의 다섯 감정들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한 번 귀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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