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바로 건강시계 제도다. 건강시계는 경찰관 10대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날짜를 기록하는 제도로, 10대 의무 위반 항목은 금품수수 공금횡령, 피의자 관리소홀, 독직폭행, 정보유출, 총기사고, 직무수행중 직무관련 범죄, 음주운전, 성범죄, 도박, 폭행 등 형사사건 연류에 관한 것이다.

해남경찰서의 건강시계는 2009년 10월 음주운전이 적발된 이후 올해 4월 건강시계 2000일을 맞았으며 지금까지도 초기화 없이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해남경찰서 내 징계 현황을 확인한 결과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견책 3건, 감봉 2건, 정직 1건, 해임 2건의 사례가 있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해임 2건은 금품수수와 규율위반 사유였기에 확인이 필요했다.

해남경찰서에 확인 결과 견책·감봉 건은 10대 의무 위반에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며,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과 해임 사례는 해남경찰서 재직 당시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금품수수 해임건은 A지역 경찰서 근무 당시 벌어진 일로, 해남경찰서로 인사이동 시킨 뒤 징계를 준 것이기 때문에 기록만 해남경찰서로 남았을 뿐 건강시계 초기화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14일 A지역 경찰서가 건강시계 2주년을 기념하며 기념행사를 열었다. 징계를 받은 사람은 있지만 건강시계가 초기화된 지역은 없는 상황이다. 어느 경찰서에서 '미루기'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일까.

어느 서에서도 책임지지 않는 금품수수 해임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10대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해서 건강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건강시계를 초기화시키지 않았다는 명분을 지키는 것보다 제도 취지에 맞게 깨끗하고 건강한 경찰관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경찰서 자부심은 건강시계가 아니라 깨끗하고 떳떳한 경찰관의 모습 그 자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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