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탕탕탕…이게 뭔 소리?' 얼마 전부터 목신마을 뒷산능선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알고 보니 임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미리 듣거나 공유된바가 없어 황당하기도 하여 군과 산림조합관계자에게 알아보니 몇 년의 계획아래 산주와 마을이장들의 동의하에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제 집마당에 길이 나는데도 주인이 모르는 격이다. 이 임도는 마을의 하나뿐인 중앙통로를 거쳐 올라가게끔 설계되었고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사전에 공청회가 열리거나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도 없었다. 관계자는 요즘은 서로들 임도를 내달라고 요청이 온다며 산불예방과 임산자원활용, 숲 가꾸기 사업, 경제 수종 식재 등등 임도의 필요를 이야기 한다.

그런데 이이야기들이 나에겐 설득력이 없다. 여기에 임도가? 높은산 골짜기도 아니고 마을마다 중턱까지 농사를 짓거나 길이 연결돼있는데 자못 사업배경이 의심스럽고 길이 남으로써 2, 3차 사업들이 진행되는 수순을 밟으며 울창한 숲이 파괴되고 자동차와 쓰레기로 넘쳐 나는 것이 아닐까 우려가 앞선다.

우리 마을은 나무마을이다. 어릴적엔 울창한 동백숲이 있었고 재를 넘어가 윤선도 원림계곡에서 수영을 하곤 했다. 지금도 많은 가정에서 나무를 심고 가꾼다. 마을 청년회에선 재 넘어 가는길 오솔길에 동백씨를 심기도 하고 신년이면 마을사람들끼리 같이 산행하고 해맞이를 한 다음 마을 어른들께 떡국을 대접하는 좋은 문화와 환경을 가진 마을이다.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

관계자들은 지금은 보기 흉해도 이삼십년 뒤를 생각해 보라고, 산림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무슨 해가 있냐고 묻는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그러면 생물의 다양성과 동식물의 보고인 현재의 산은 우리에게 주는 경제적(?)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이냐고. 동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임산물들이 마구 채취되고 차들과 사람이 그 자리에 서면 우리만 행복할 것인지 전체 생태 그물망 속에 인간을 생각해 볼일이라고.

길은 양날의 칼이다. 생태계 생명줄이 될 수도, 자연을 유린하는 길이 될 수도 있기에 날마다 들리는 공사소리에 어떻게 해야 좋은 길일까 참으로 생각이 많은 날들이다. 나의 짧은 소견과 통찰력이 안타까울 뿐이다. 사업예산집행과 개발, 수익성에 방점을 둔 정부와 정책 관계자들의 무분별한 사업 추진 앞에 주민들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고 먹고 사는 존재비용을 버느라 눈귀 멀어 사유할 힘을 잃어 가고 있는 사이 국토는 빠른 길들로 난도질되어 동물들의 로드킬이 된지 오래고 바다도 쓰레기와 남획, 방사능으로 폐허가 되었는데 산들마저 길들이 뚫리고 있다. 부디 신중히 생각하고 천천히 행동하고 널리 공유되고 지혜를 모아 모든 생명들에게 이로운 길이 열리기를. 현재의 이익에 눈멀지 않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갖기를….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