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중고등학교에 다닌 학부모라면 학교의 부당한 처분이나 행정행위에 대해 항거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대다수 학부모들은 '아이가 불이익을 당할까봐', '내신성적에 차별을 받을까봐', '학교생활이 힘들어질까봐'란 이유를 들어 항의하지 않겠다고 한다.

최근 해남고등학교 2학년 수학 서술형 문제 답안지 미제출에 대해 보강취재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일반적으로 0점처리해야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학교에 항의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아이가 볼모로 붙잡혀 있으니까'다.

이번 해고의 재시험을 통해 다시 한 번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로부터 갑질을 당했다고 느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취재를 통해 만난 학부모들은 모두 공감한다. 이러한 공감을 밖으로 표현하기란 아이를 맡긴 학부모들은 정말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고의 재시험 문제에 대해서 학생과 학부모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입밖으로 문제점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쉬쉬한다.

해고의 조태형 교장은 재시험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과연 문제가 없어서 말하지 않은 것인가? 앞서 서두에 말한 것과 같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음을 원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 교장은 "거점고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학교의 모습을 왜 부정적인 시각으로 취재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일부 편협된 생각을 가진 학부모들의 제보만으로 부정적인 기사를 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해남신문이 오보를 했지만 이를 대응하는 방법이 복잡하고 어려운 것 뿐이기에 항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장의 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본지는 '해남고 기숙사비 부담 늘었다', '해남고 이상한 점수 적용', '해남고 기숙사 공사 지연 학생들 불편', '해남고 입학 전 신입생 특별반 운영 논란', '거점고 신축공사 해남고 악영향', '해남고 거점학교 개축 딜레마 빠지나' 등 지난 2012년 거점고 지정이후 총 6건의 지적기사가 작성됐다. 그러나 6건의 지적기사 외에는 해남고등학교에 대한 홍보기사는 50여회가 넘는다.

조 교장이 항의하는 내용으로는 해남신문이 해남고에 딴지를 건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 오히려 학교가 지역언론의 지적에 대해 더 심사숙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학생을, 아이를 볼모로 학교의 잘못을 감추기에만 급급할 것인가 묻고 싶다. 그리고 조 교장의 '일부 편협한 학부모의 제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아이를 맡기고 아무말 못하는 학부모를 폄하하는 말로밖에 볼 수 없다. 조 교장의 이런 편협한 생각이 오히려 해남고등학교를 퇴보시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취재과정에서 '해남고를 명문학교로 만들기 위해 하드웨어가 아닌 소트프웨어가 중요하다'는 교육계의 충고가 받아들여져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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