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모든 중학교 전면 시행 앞둬
수업 변화·체험활동 기대와 우려
3년의 준비기간 짧아 검증 없어

 
 

박근혜 정부의 중요 교육공약인 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면서 중학교 교육과정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로의 전면시행을 앞두고 수업방식 변화와 진로체험 등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학업성적 저하, 진로체험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매년 많은 교육정책이 시도되고 있지만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사라지는 정책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자유학기제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남에서는 11개 중학교 중 두륜중학교가 지난해부터, 송지·황산·산이·현산·우수영·화원중학교가 올해 희망학교로 7개 학교가 자유학기제를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전국 42개의 연구학교를 운영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4년부터 희망학교의 신청을 받아 자유학기제를 확대하고 있다.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시행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준다는 목적아래 시행되는 자유학기제는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 스스로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수업방식의 변화와 음악·미술·체육 등의 예술체험활동, 인성과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진로탐색활동, 동아리 활동 등으로 운영된다. 교과시간을 일부 줄이고 창의적 체험활동이 자유학기제로 포함되면서 학업의 부담은 줄이고 더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편성된다. 학력과 진학을 위한 교육에서 인성과 진로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움직임이지만 3년여의 짧은 준비과정에 따른 효과와 현장 등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보완돼야할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연구학교가 운영되면서 학생들의 창의력과 진로 등 꿈과 끼를 키울 수 있다는 좋은 면이 부각되고 있지만 실상 입시위주의 대한민국 교육에서 큰 실효를 거둘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 중학교 교사는 "자유학기제가 내신에 반영되진 않지만 결국 학생들은 다시 입시경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짧은 기간인 한 학기 동안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경험하게 하고 느끼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학업 성과를 판단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없기 때문에 그저 노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해야 하지만 지원 예산 마련과 학교별 운영 방침 다양화, 진로체험 인프라 구축 등 문제점은 남아있다.

교과별 수업방식의 변화, 학생들의 예술체험, 진로탐색과 체험 등 모든 것은 각 학교의 교사들이 떠안아야 할 문제다. 몇 번의 연수를 받고 연구학교와 희망학교 등의 운영모습을 토대로 모든 학교의 자유학기제가 같은 모습으로 운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혁신학교, 무지개 학교 등 기존 해오던 수업과 비슷한 수업방식, 방과후학교 등 특별활동의 연장선에 있는 듯 한 예술체험활동에 진로탐색의 시간을 넣은 자유학기제가 학생들에게 큰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유학기제는 기본교과인 공통과정와 진로탐색, 동아리, 예술·체육 활동 등 자율과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기본교과에서는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의 전개 방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각 교과에 맞는 토론, 체험 프로그램 개발로 학생들의 창의력, 문제해결능력을 기른다. 교과별 융합수업을 통해 하나의 주제를 각 교과별로 연개하는 수업도 진행된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없기 때문에 쪽지시험, 수행평가 등 학생의 성취도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도입된다. 따로 성적을 매기지 않기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는 서술형으로 기록된다.

지난해 자유학기제를 시행했던 두륜중의 경우 학생들의 참여율은 좋았지만 일부 학생들이 공부에 흥미와 관심이 떨어져 학업 참여도가 낮아지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내신 중심의 기존 입시체제가 유지되면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면 성적 저하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으며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시킨듯한 모습이다.

인성과 진로, 창의력 한학기로 되나
학력저하, 인프라 구성 문제점 등장
예산·개인별 맞춤지도인력확보 관건

자율과정의 진로탐색활동도 불분명해 보인다. 학생들의 수요조사를 거쳐 진로탐색의 시간을 갖고 중간·기말고사 기간 동안 체험활동을 하도록 되어있다. 해남의 중학교는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학년당 학생수가 20명 내외인 학교가 많다. 이러한 학교에서 개인별 맞춤 진로체험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학생에 따라 하고 싶은 체험의 수는 많은데 이를 관리하고 감독해줄 인력은 부족하다. 체험 기간도 한정적이고 갈 수 있는 곳도 제한적이다. 요즘 학생들이 진로나 관심사는 도시에 있는 경우가 많아 체험활동을 위한 기관, 기업, 인적 자원 등이 부족한 농촌현실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안마련이 필요하다.

해남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진로체험을 위해 관공서, 은행, 병원 등 지역의 진로체험처 81곳을 지정하고 인프라구축에 나서고 있다"며 "학생수가 적은 곳은 타 학년과 함께 체험하고 또 인근 학교와 함께 체험하는 등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자율과정 속에서 배우고자 하는 예술·체육활동을 위한 강사 모집에도 큰 어려움이 있다. 교사가 할 수 없는 것은 강사를 채용해서 수업을 해야하는데 이를 구하는 것도 문제다. 방과후학교 등 특별활동도 강사구하기가 힘든 상황인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요구된다.

진로, 예술, 수업 등에서 이뤄질 각종 체험학습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 내년 전면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이에 대한 예산지원 범위는 결정되지 않고 있다. 매년 줄어드는 교육예산에서 새롭게 시행되는 자유학기제 예산이 줄어들지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학교는 2301개교로 이중 약 96%인 2211개교가 1학년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한다. 진로탐색이 자유학기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데 다소 어린 나이인 중학교 1학년에게 진로탐색의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에서 자유학기제의 롤 모델로 제시했던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주니어 과정인 중학교를 마치고 시니어 과정인 고등학교 진학하기 전 원하는 학생에 한해서 1년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1974년 처음 도입된 전환학년제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난 1994년 이후 정부의 지원과 함께 정착해 80%가량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20여년의 시행착오 끝에 정착됐다. 기본적인 인프라 구성의 미흡과 짧은 시범운영, 오랜 기간 동안 정착된 선진시행국의 교육과정을 단기간 내에 적용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면 도입에 따른 부작용과 제도의 지속성 등을 위해 정부, 지역사회 등의 관심이 필요하다.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중학교 한 학기 동안 공부를 피할 수 있는 노는 시간이 아닌 입시 위주의 공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초석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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