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채운 4656장 그림타일
한울남도생협·원광유치원 참여

▲ 진도 팽목항 기억의 벽에는 63장의 그림타일에 해남군민들의 염원이 담겨있다.
▲ 진도 팽목항 기억의 벽에는 63장의 그림타일에 해남군민들의 염원이 담겨있다.

지난달 15일, 세월호 추모 1주기 위령제가 열리는 진도 팽목항 방파제 한켠에는 4000개가 넘는 세월호 그림타일 시공작업이 한창이었다. 무려 195미터의 길이에 4656장이다. 애초 지난해 11월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1000개의 그림타일로 세월호 기억의 벽'을 만들어 아픔과 진실을 마주대하자는 그림책작가들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활동은 전국 각지에서 참여가 이어져 천장을 훌쩍 넘겼다.

해남에서는 매달 16일 세월호 기억의 날 행동을 하는 한울남도 아이쿱생협의 조합원들, 그리고 원광유치원 7세 아이들이 지난 3월 15일과 16일 양일간 이 작업에 참여하였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잘 할 수 있을까, 조합원들은 얼마나 참여할까 걱정도 되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아이들은 비록 서툰 솜씨이지만 배안에 있는 형과 누나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그려내었다. 그리고 일부러 먼 길을 운전해 온 임산부, 타일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일주일 내내 연습했다며 종이를 꺼내 서툰 그림을 그리는 분, 타일을 마주하고도 잠든 아가만 토닥이며 하나의 선조차 그리지 못하고 고개 숙이던 분,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엄마에게 제대로 그려야 한다며 진지한 아이, 근무 때문에 아쉽게 참가하지 못하지만 타일제작에 써달라며 후원금을 보내오시는 조합원들. 많은 분들이 작은 타일에 남긴 마음들. 그것은 그리움과 아픔, 위로와 염원들이었다.

그렇게 해남에서 새겨진 63장의 목소리들은 여주 가마로 들어가 단단하게 구워지고 다른 지역의 그림타일들과 함께 팽목항에 세워졌다. 초벌구이한 도자기타일과 물감을 들고 각지를 방문해준 그림책 작가들, 가마에 넣기 전 타일 하나하나를 점검하고 다 구워진 타일들이 하나라도 깨질까 조심해서 옮겨준 분들, 팽목항에 하나하나 붙이고 마감하고 방부목을 대던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진도 팽목항을 찾게 된다면 꼭 기억의 벽 글귀들을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세월호 기억의 벽은 추모의 벽이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무능과 우리 사회의 민낯을 마주 보게 하는 진실의 벽이다. 이 사회와 우리 마음속에 새기는 진실의 벽 세우기도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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