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해남신문에 "상처받는 아이들을 생각해보았는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얼마 후의 글이다. 어른들의 잘못과 무분별한 언론의 발표, 자극적 영상들이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었다. 비단 아이들뿐이겠는가. 1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문득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원리가 떠오른다. 시간의 흐름이 절대적이라는 개념을 뒤집고 시간이 상대적으로 흐른다는 이론이다. 인간이 빛의 빠르기에 도달하면 시간은 멈춘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가 있고 1년이 지난 지금, 진실 규명을 비롯한 모든 것들은 전혀 달라진 게 없고 시간은 1년 전 그대로 멈춰버렸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고통 받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느 순간 비판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세월호 1주기가 가까워질 무렵 언론은 일제히 유가족들이 받게 될 보상금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액수 또한 상당하다. 참사 이후 줄곧 유가족들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시끄럽게 하더니 보상금이라는 커다란 액수를 제시하며 그들을 특권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국민의 여론은 돈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그들이 특혜를 본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가족들은 고립되어 갔다. 물질 만능주의, 천한 자본주의, 부패한 민주주의가 담긴 사회에서 보이는 모습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정작 유가족들은 이러한 보상금과 특혜를 요구했을까? 그들은 참사 이후 줄곧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확실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안정된 사회 마련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방패에 막혀 전달되지 못하고, 언론에 가려 왜곡되고 있다. 더군다나 사회가 전체적으로 공적인 영역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기 보다는 사적인 공감대만 형성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익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온다고 생각하면 '이제 그만하자, 지겹다.'라며 태도를 바꿔 비판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여야는 정치 공세만 오가고, 언론은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왜곡하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저자인 마이클 샌댈이 강조하는 '공공의 선'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 말은 사회의 '정의와 본질'은 사라지고 현상들만 난무하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 이것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오직 국민뿐이다. 올바른 시각으로 오늘을 보고, 1년 전 멈춰버린 시간이 다시 흘러갈 수 있게,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 일은 정부도, 정치권도, 언론도, 심지어 유가족들도 할 수 없다. 국민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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