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남편 지켜온 아내
해남읍 강애숙·최철성 부부

▲ 해남읍 강애숙·최철성 씨 부부가 재활운동을 위해 지난 22일 공원으로 나섰다. 꼭 붙어 다니는 부부의 운동길은 둘이기에 더없이 행복하다.
▲ 해남읍 강애숙·최철성 씨 부부가 재활운동을 위해 지난 22일 공원으로 나섰다. 꼭 붙어 다니는 부부의 운동길은 둘이기에 더없이 행복하다.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죠. 5년 동안 참 힘들었어요. 그래도 가족인데 어떻게 포기합니까, 사랑하는 내 남편을…"

2010년 7월 2일. 강애숙(해남읍·64)씨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남편 최철성(해남읍·66)씨가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던, 단란한 강 씨 부부의 삶을 뒤집어버린 바로 그 날. 7월 2일.

최 씨의 병명은 뇌졸중이었다. 신체 오른쪽이 마비됐고, 실어증에 걸려 대화를 나눌 수도 없었다. 병원 침대를 전전하던 10개월의 생활동안 강 씨는 직접 재활운동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퇴원 후 강 씨의 기상시간은 새벽 5시다. 병원에 가기 전 따뜻한 물로 남편의 다리를 마사지하기 위해서다. 한결같은 정성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오그라들었던 발가락이 펴졌다. 지금은 발가락을 조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병원을 가지 않는 날은 오전 9시부터 운동을 시작하고, 오후에 또다시 운동에 나선다. 강 씨 부부가 택한 운동은 걷기 운동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집 근처 공원으로 향하다보니 근처 주민들에게는 유명인사다.

5년 전,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최 씨는 밖을 나서기 꺼려했다.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공포심 때문이었다. 강 씨는 남편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힘에 부치는 남편을 위해 의자를 들고 다니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밖은 최 씨에게 위험천만한 곳이다. 불편한 몸 때문에 걸음걸이가 느린 탓이다. 공원까지는 불과 500m도 되지 않는 거리다. 보통 사람이라면 10분도 걸리지 않지만 최 씨는 1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도로를 건너며 경적을 울리는 차들에게 야속함도 많이 느꼈다.

실어증으로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된 최 씨. 하지만 부부는 통한다고 했던가, 강 씨는 남편의 신호를 척척 알아듣는다. 2년 동안 남편의 재활에만 매달렸기 때문에 알 수 있다고 한다. 좋아하던 산행조차 다닐 수 없었고, 남편을 혼자 놔둔 채 일할 수 없어 연금 40여만원으로 생활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강 씨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남편 운동시키느라 징하겠다고 해요. 하지만 내 식구이고 내 일인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사랑해서 맺어진 인연이니까요"라며 "재활운동은 당사자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가족들이 마음을 굳게 먹는게 가장 중요해요"라고 말했다.

이들이 부부의 연을 맺은 것은 40여년 전. 중매가 흔하던 그때 그 시절, 불같은 사랑을 했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예쁜 딸이 태어나 더욱 행복했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작은 집도 마련했다. 부부가 함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강 씨에게 남편은 고달픈 세상을 사랑과 믿음으로 함께 이겨내던 동반자였다. 다시 일어나기 어려울 거라는 수군거림에도 남편을 포기하지 않고 헌신했던 이유다. 하루가 다르게 아픈 곳이 늘다보니 지친 마음도 든다는 강 씨. 그때마다 스스로를 강한 여자라고, 마음을 굳게 다지는 것은 사랑 그 하나 때문일 것이다.

"지금 이대로라도 괜찮아요. 그러니 후유증 없이 더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평생의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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