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늘리기, 교육활동 차별화 성공
학생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 주력 결실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가 지난 2일자로 서정초등학교로 다시 태어났다. 이는 지난 2003년 폐교 결정 이후 지역민과 학부모, 교사들이 작은 학교 살리기에 나선 결실이다. 서정초를 중심으로 시작된 작은 학교 살리기는 이제 지역활성화로 옮겨가고 있다.

서정초등학교는 지난 1966년 10월 22일 군곡초등학교 서정분교장으로 개교했다. 3년 뒤인 1969년 3월 1일에는 학생수가 1000명이 넘어서면서 서정국민학교로 분리됐지만 줄어든 학생수로 1994년 9월 1일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장으로 격하됐다. 학생수가 점차 줄면서 지난 2003년에는 전교생이 5명까지 줄어들었다. 행정기관에서 농어촌지역의 작은 학교들의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서정초 역시 폐교 결정이 떨어졌다.

학교가 없어지면 지역공동체 역시 사라진다는 우려에 지역민과 학부모, 교사가 나섰다. 이에 미황사도 힘을 더하며 든든한 지원을 했다. 폐교 결정을 반대하고 폐교를 막기 위해 학생수 늘리기에 나섰다. 작은 학교 살리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해남읍에 거주하는 학부모들도 서정초로 자녀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5명이던 학생수가 이듬해에 4배인 20명으로 늘어났다.

학생수가 늘면서 교육내용의 변화를 가져왔다.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농어촌의 작은 학교 교육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획일적인 아이들을 기르는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믿음이 사라져가면서 우리 아이들은 자연친화적인 공동체 교육에 나서자고 논의했다. 학교의 운영방안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교사, 학부모, 지역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특성화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학부모, 지역민 재능기부도 활발해
확대보다 지금처럼 내실 운영되길

학생들을 위해 학부모나 지역민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을 활용한 교육에도 나섰다. 사물놀이, 음악, 미술, 영어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학생들을 위해 사용했다. 체험학습을 위해 지역민들은 논과 밭을 내어줬다.

서정초는 교육과정을 주제중심으로 재구성하고 학년, 학교 단위 등 그룹별 체험학습을 펼친다. 학생들이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통해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자기주도적 학습이 이뤄진다. 주변 자연환경을 이용해 논농사, 우리밀가꾸기, 채소가꾸기 등을 통해 감성을 키우고 전교생이 외발 자전거 타기에 도전하면서 성취감도 기른다.

지난 2011년 무지개학교로 지정되면서 교육청의 지원을 받고 교사들의 행정업무의 부담이 줄어들고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도 활성화됐다. 지난 2014년까지 4년간의 지원을 받은 서정초는 우수학교로 선정되면서 앞으로 2년간 무지개 학교로 재지정됐다. 이와 함께 연수거점학교로서 작은 학교의 모범사례로 서정초의 교육방식 등을 전파한다.

지난 2012년 증가한 학생수에 비해 화장실, 특별실 부재 등과 낙후된 건물, 교사의 생활공간 등을 개선하기 위해 본교추진에 나섰다. 3년여동안 학생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체계화 시키고 행정당국을 설득시킨 결과 지난 1월 28일 본교 승격이 결정됐다.

서정초 학부모, 지역민, 교사들은 본교 승격이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이어지지 않으면 본교 승격이 됐어도 다시 폐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본교 승격에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작은 학교 살리기에 성공했으니 이제는 지역활성화를 통해 서정초에 신입생들이 자연스럽게 올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 등 행정에서 서정초 주위를 활성화시켜 귀농·귀촌을 유도하는 방법도 강구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 인터뷰 | 이성기 서정분교 본교추진위원장

이제 지역활성화에 나서야

 
 

이성기 위원장은 지난 2012년부터 위원장으로 서정분교의 본교승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위원회는 본교로 지정해 달라는 억지 주장이 아닌 공부와 분석을 통해 본교승격에 대한 타당한 주장을 통해 본교 승격을 이뤄냈다

- 본교 추진을 결심한 계기는 어디에 있는지?

서정분교로 모인 학생과 학부모는 크고 좋은 환경에서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서 모인 것은 아니다.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에 보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보낸 것이다. 하지만 분교의 한계로 열성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낡은 관사, 행정업무 등의 짐을 덜어주려는 마음이 더 컸다.

- 본교추진위원회의 활동은 어떻게 이뤄졌나?

추진위는 지역민, 학부모, 교사, 동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모두 학교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큰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본교승격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 당시 학생수 100명이 된다면 본교승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교승격 목적이 교사들을 위한 추진이 첫 번째고 학교와 지역활성화가 두 번째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공부에 더 힘을 쏟았다. 전남에서 진행되는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해 서정분교를 알리고 본교승격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면서 본교승격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 본교로 승격됐으니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모두가 힘을 합쳐서 이뤄낸 결과라서 기쁘지만 담담한 기분이다. 막상 본교가 되고나니 이후의 일이 걱정이 된다. 작은 학교 살리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의 활성화라고 생각한다. 좋은 학교가 만들어졌지만 새로운 학생이 오지 않는다면 다시 학교는 없어질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

- 어떤 학교로 성장할 것 같은가?

본교가 됐다고해서 학교가 변하는 것은 다들 원치 않는다. 서정초 학부모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벌은 학교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학생들이 학교를 좋아하고 행복할 수 있는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 빠른 변화보다는 천천히 더 좋은 학교로 발전했으면 좋겠다.

| 인터뷰 | 박성일 서정초등학교 학부모회장

모든 구성원의 소통이 가장 큰 힘

 
 

박성일 회장은 서울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3년전 귀촌했다. 첫째는 올해 서정초를 졸업하고 2년 뒤에는 막내를 서정초에 보낼 계획이다. 그는 서정초는 형식과 틀에 갇히지 않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 학부모들의 활동이 활발한 것 같은데 비결은?

서정초의 학부모들은 매월 학년별 모임을 갖는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참석한다. 학년별 대표 등으로 구성된 집행부가 함께 하기도 하고 따로 회의를 통해 의견을 종합한다. 연 2회의 총회도 열고 통학버스, 학교 등에 관한 논의를 한다. 또 학부모들끼리 서정공부회, 학부모아카데미 등을 구성해 서로 공부하고 있다. 모든 학교행사에는 학부모가 나서서 함께한다.

- 앞으로가 중요할 것 같은데?

서정초를 중심으로 지역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이 활성화돼서 나와 같은 귀촌·귀농인들이 이곳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한다. 전체 학생 중 서정초 인근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약 30% 가량이다. 지역이 활성화 된다면 앞으로의 걱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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