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도 분당에 사는 젊은 부부에게 '카우치서핑'을 통해서 연락이 왔다. 여행자들을 위한 비영리 커뮤니티인 '카우치서핑'은 주로 외국여행자들이 숙소를 해결하고 현지인과 다양한 경험을 하기 위해 이용되는데, 한국인 여행자가 요청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메일을 읽고, 이 젊은 부부가 꼭 해남에 들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카우치서핑'에는 숙소를 제공해주는 사람인 '호스트'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고 그 정보를 보고 서로 연락을 하는 체계인데, 내가 소개를 입력할 때는 숙소 제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연락을 했고, 다행히 '담담의 목신살롱 이야기'라는 코너로 해남신문에 기고하시는 윤용신 시민기자님이 허락해주셨다. 덕분에 젊은 부부는 해남에 여행을 올 수 있었고, 나도 윤용신님이 직접 지으신 집 구경도 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카우치서핑'을 통해 처음 여행을 시도해보는 젊은 부부는 그동안 들렀던 여행지의 이야기들을 한보따리 꺼냈다. 화순의 '산적'이라는 닉네임의 호스트 집에서 장작을 패고, 아궁이에 불을 부채질했던 이야기, 순천의 미국인 호스트에게 인터넷 영화예매를 대신 해주며 같이 영화를 봤던 이야기와 함께 그동안 내가 숙소를 제공해주었던 외국여행자들의 이야기와 이번 여행에 숙소를 제공해주신 윤용신님의 집과 생활 속 이야기 등을 함께 나누었다. 할 이야기는 넘치는 데 시간은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젊은 부부는 이제 곧 남미 여행을 떠나는데, 이곳에서 경험했던 '카우치서핑'을 통해서 남미를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들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하고 싶었고, 그러한 여행의 의미를 살리면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카우치서핑'을 택했다.

우리는 대부분 관광과 여행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데, 여행은 유명한 여행지에 버스나 비행기를 타고 가서 구경을 하고 사진을 찍고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관광이다. '카우치서핑'은 관광이 아닌 진정한 여행을 위한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곳 해남은, 이러한 진정한 여행, 관광이 아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여행의 중심지가 되기에 충분한 곳이다. 넓은 해남 땅덩어리 안에 숨어있는 다양한 볼거리들 속에서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지역민들. 그들과 만나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해남 곳곳의 숨어있는 보물들을 안내해줄 수 있는 여건이 해남은 이미 갖추어져 있다. '카우치서핑'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해서 거창하고 유명한 관광지 홍보가 아닌 일상의 삶을 여행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서로 관계를 맺는 중심지로 이곳 해남이 성장하길 바란다. 그래서 '해남하면 땅끝' 만을 떠올리는 지금의 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이 녹아있고, 문화와 예술, 학문에 있어서 깊이가 있는 고장으로서의 해남이 되길 바란다. 이곳 해남은 아직 보여주고 있지 못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카우치서핑'을 통해 해남이 관광이 아닌 관계 중심으로 거듭나는 여행의 메카가 되길 바란다.(카우치서핑 주소 : https://www.couchsurf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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