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노인 인구가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질환들 중 가장 흔하고 피하고 싶은 질환이 있다면 치매가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가벼운 기억력 저하로 시작하지만 차츰 예전 기억들이 사라지고 나중에는 자기 자신마저 잊어버리게 만드는 무서운 질환인 까닭에 진료실에서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흔히 최근 '깜빡 깜빡' 하는 문제가 치매로 진행 하지는 않을까 질문을 많이 해온다. 하지만 기억력저하가 모두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감별해야할 다른 정신과적 질환도 많이 있기 때문에 치매와 건망증의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금방 했던 일도 잊어버리고 평상시에 자주 쓰던 물건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등 기억력의 저하를 호소하게 된다. 하지만 건망증이 생겼다고 해서 모두 치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이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억력 저하의 양상을 확인한다. 기억의 3단계 '집어넣기', '저장하기', '끄집어내기' 중 정상노화의 경우에는 기억의 내용 중 '끄집어내기'의 문제를 호소하지만 치매 환자들은 보통 '집어넣기', '저장하기'의 문제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정상노화는 기억하고 싶은 일에 대한 힌트를 주거나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그 사건에 대해서 떠올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치매의 경우는 그 '사건' 자체를 잊어버리기 때문에 힌트나 시간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두 번째는 기억력 저하를 누가 호소하는가가 중요하다. 치매 환자의 경우 스스로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일은 거의 없다. 치매의 초기, 경도 인지장애의 경우에는 본인이 기억력 저하를 느끼고 불안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치매가 진행될수록 주변 사람들은 문제를 느끼지만 본인은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인지기능의 변화를 확인한다. 몸의 구조적인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실어증, 실행증, 실인증, 수행기능의 장애 등 인지기능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치매를 먼저 의심해볼 수 있다.

네 번째는 같이 생활하고 있는 동거인 또는 가족을 통하여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확인한다. 식사, 청소, 위생관리, 길 찾기 등 수행능력이 과거와 비교하여 현저한 차이가 있을 경우 정신과를 방문하여 치매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

하지만 갑자기 기억력의 저하가 시작되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의 정도가 심해지는 등 문제가 있는 경우 신속히 정신과 외래를 방문하여 검사를 받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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