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덩굴로 만든 장식리스와 바구니.
▲ 덩굴로 만든 장식리스와 바구니.
사랑하는 딸!

"빨갛게 빨갛게 물들었네. 노랗게 노랗게 물들었네…가을길은 비단길"

너의 흥얼거림처럼 사방에 고운 단풍들로 눈이 부시구나. 마을 농부님들은 벼 추수를 끝내고 보리 갈기에 바쁘고 아짐들은 김장 담그기로 겨울준비들이 시작되었단다. 우리 텃밭에 배추들도 연두빛 속살들이 차오르며 만삭의 임산부 배처럼 둥그러니 예쁘다.

엄마도 슬슬 김장 준비도 해야겠고 겨울 난로에 구워먹을 은행도 주워놓고 또 하나 담벼락이며, 산에 널린 덩굴들을 거두워 놓는거란다.

계요등, 댕댕이, 머루, 마, 인동, 칡덩굴 등 고운 단풍 못지않게 멋진 열매들을 달고 있는 이 녀석들을 잘 거둬서 한줄기는 창가에 꽂아두고 나머진 열매나 잎을 잘 정리해서 둥글게 말아 처마 한켠에 말려둔 다음 12월이면 크리스마스나 신년리스를 만들어 집 현관에 걸기도 하고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선물도 한단다. 또 한겨울이면 난로 옆에 앉아 덩굴들을 가지고 바구니도 짜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 수 있단다.

우리의 옛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추운겨울이면 따근한 구들방에 앉아 짚이나 식물줄기로 생활물건들도 만들고 목화로 천도 짜고 옷도 만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들이 사라진지 오래되어 딸에게 보여 줄 수 없어 아쉽단다. 엄마도 내년엔 목화를 조금 심어 솜 조끼하나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는데…. 옛 선조들처럼 생활과 하나 되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하나씩 시도해보려고 한단다.

사랑하는 딸! 시골에서의 생활은 조그만 눈을 떠 둘러보면 자연에서 주는 선물들이 너무 많단다. 그런 선물들을 알아 볼 수 있는 눈을 키우고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넓히고 자연이 주는 선물들을 잘 받아쓰는 방법을 배우고 익히면 풍성한 삶을 살 수 있고 많이 사거나 갖지 않아도 행복한 마음을 지니고 살수 있단다.

저작권자 © 해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