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우치서핑(호주친구 탄과 함께)
▲ 카우치서핑(호주친구 탄과 함께)
친한 후배가 있는데 외국인 친구들이 많았다. 독일, 미국, 호주 등 국적도, 직업도, 삶의 방식도 다른 외국인 친구들. 우연히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서툰 영어로 대화를 나눈 경험이 있다. 후배에게 어떻게 외국인 친구들이 생겼냐고 물었고,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있다. 그 후, 내게도 소식을 주고받는 외국인 친구가 생겼다. 과연 무엇일까?

바로, '카우치서핑'이라는 여행자들을 위한 비영리 커뮤니티이다. '소파'를 뜻하는 '카우치(Couch)'와 '파도타기'를 뜻하는 '서핑(Surfing)'의 합성어다. 소파를 타고 파도타기를 한다고? 쉽게 말하면, 여행할 장소 현지인의 집에서 남는 소파 하나 빌려 잔다는 뜻이다.

이것은 미국 보스턴의 케이지 펜튼이라는 남자가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가는데, 여행비를 아끼고자 아이슬란드 대학교 1500여명의 학생들에게 자기를 재워줄 수 있냐는 메일을 보냈고, 50여 통의 답장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현재 231개국 6만4000여개의 도시에 133만여명이 회원으로 있다. 우리나라는 31번째로 많은 8127명(8/18기준)이 가입되었다.

내가 '카우치서핑'에 가입할 때는 해남에 회원은 나 혼자였다. 오래된 메일을 정리하던 중 카우치를 요청한 메일 한 통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 친구는 베트남계 호주인이었다. 한국인 친구의 결혼식에 오면서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였고, 제주도를 가기 전에 해남에서 묵을 곳을 찾고 있었다. 설레면서도 긴장과 걱정으로 가능하다는 답장을 보냈고, 우린 이곳 해남에서 만났다. 능숙하지 않은 영어 실력으로 인사를 나누며 한영사전을 찾아가면서 애를 먹기도 했지만, 함께 대흥사를 비롯해 해남 곳곳을 돌아다니며 금세 친밀감과 편안함을 느꼈다. 저녁이 되면 파전, 족발 안주에 삼산 막걸리를 한 잔하면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지새웠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삶을 이야기하는 데 언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언어 이상의 공감의 방식과 소통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원래 이틀을 묵기로 했던 친구는 일주일이나 함께 해남에 머물렀고, 다음엔 호주 자기 집에서 만나자는 기약을 남기고 제주도로 떠났다. 꼭 한 번 호주에 가야할 이유가 생겼다.

'카우치서핑'은 단순히 여행경비를 줄이고 숙박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여행하는 곳의 사람들과 직접 만나고 시간을 보내며 생각을 공유하고 문화를 교류하며 서로가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여행을 통한 의미 있는 만남, 사람 사이의 소통이 있는 자리인 '카우치서핑', 당신은 어떤가? 이곳 해남에서 여행 친구, 외국인 친구를 한 번 만나볼 생각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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