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X파일'이라는 프로그램이 한창 인기가 있었다. 다양한 먹거리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판매되고 있는지 실태를 방송한 프로그램이다. 내용은 충격이었다. 즐겨먹던 먹거리들의 이면을 확인한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사회적인 이슈와 함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런데, 다양한 먹거리 중,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은 어떨까?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이후, 2004년 WTO와의 재협상으로 우리나라는 매년 수입했던 쌀의 양을 더 늘리고, 2014년까지 수입량을 국내 쌀 소비량의 8%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밥쌀용 쌀이 들어왔다. 쌀을 전면 개방하는 것을 미루는 대신에 이루어진 약속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엔 수입쌀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했다. 가격은 쌌지만 심리적인 거부감과 떨어지는 품질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 100% 이상을 유지하던 쌀 자급률이 83%로 떨어졌다. 이 말은 수입쌀의 수요량이 급증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2011년, 2012년의 수입쌀의 재고량은 '0'이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요즘처럼 먹거리에 관심이 많고 웰빙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수입쌀을 선호하며 산다는 뜻일까? 아니다. 그럼 어찌된 일인가? 한 쌀 포장지의 상표를 살펴봤다. 우리말 상표가 붙어있고 쌀로 유명한 '이천'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상표, 그러나 라벨에 적혀있는 원산지는 '국산 찹쌀 5%, 칼로스(미국) 95%'라고 적혀있다. 주소지도 이천과는 무관한 서울 한 지역의 수입업체 주소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바로, 혼합쌀 때문이다. 국산쌀과 수입쌀을 섞은 혼합쌀. 수입쌀을 몰래 섞어 파는 불법일까? 아니다. 완벽하게 합법이다. 2011년 양곡관리법이 개정되면서, 묵은쌀과 햅쌀을 섞거나 품종이 다른 쌀을 섞는 것뿐만 아니라 수입쌀과 국산쌀을 섞는 것도 허용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혼합쌀이 판매 될 때, 순우리말 상표와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품질을 보증한 쌀', '유통단계를 줄여 거품을 뺀 가격'등의 문구로 비교적 싼 가격에 시중에 판매 되어 소비자들이 쉽게 눈치 채지 못한다. '2013년 온라인 쌀 판매 히트상품'이 중국산 백미 95%와 미국산 백미 5%를 섞은 100% 수입 혼합쌀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음식점, 외식업에서 이런 싼 가격의 혼합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누구일까? 소비자와 농민이다. 소비자는 혼합쌀인지 모른채 식당이나 집에서 밥을 먹게 된다.

요즘처럼 맛집을 찾아다니는 모습도 드물다. 모두들 사진을 찍어 블로그에 올리고 자랑하기 바쁘다. 나 역시 그런 한 사람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우리 밥상의 주인공은 바로 '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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