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는 1992년, '난 알아요'라는 앨범을 들고 가요계에 등장했다. 그 후 '하여가', '발해를 꿈꾸며', '컴백홈' 등 내는 앨범마다 큰 화제를 몰고 다니며 대중문화의 핵심 아이콘으로 떠오르다 1995년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2년 후, '서태지'라는 이름의 앨범을 들고 '연예인으로서 은퇴한 서태지가 음악인으로서 팬들에게 보내는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라는 말과 함께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문화대통령으로까지 불리는 서태지가 최근 5년간의 긴 공백을 깨고 다시 앨범을 들고 나왔다.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을 합친 '크리스말로윈'이라는 이름의 동화 컨셉으로 총 9곡이 담겨있다. 이제는 매니아층을 위한 음악을 선보이는 그가 여전히 이슈가 되고 대중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상하겠지만, 그것은 그의 음악과 음악 속에 담긴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음악 말이다.

이번에 발표한 '소격동'이라는 곡은 어린 시절 그가 실제로 살았던 곳의 아름다웠던 추억을 담은 노래이다. 또한, 1980년대 강압통치의 상징인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곳이고, 학원녹화사업으로 수많은 대학생들이 강제로 징집이 된 사건의 중심이기도 하다. '크리스말로윈'이라는 곡 가사에는 몸만 커져 뱃살이 기름진 '산타'가 나온다. 산타는 '교활한 권력자'를 의미한다고 그가 인터뷰한바 있다. '울지마 아이야 애초부터 네 몫은 없었어', '밤새 고민한 새롭게 만든 정책 어때 겁도 주고 선물도 줄게', '난 불순한 스펙이래 리스트에서 제외' 등의 가사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함과 부폐한 권력자를 비판한다. 그리고 무서운 산타 앞에 겁을 먹고 울고 있는 아이가 있다. 우는 아이에게는 선물을 주지 않는 산타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에서 해석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는 아이'는 누구를 상징할까?

서태지의 이러한 사회비판적 메시지는 90년대에 발표한 그의 음악에서부터 줄곧 담겨왔다. 그런데, 그러한 메시지가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유효하다는 사실에 쉽사리 변하지 않는 사회의 부조리에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그의 노래 중 '시대유감'이라는 곡이 있다. 말 뜻 그대로 지금 이 시대, 이 사회에 대한 유감을 표현한 노래이다. '검게 물든 입술,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숱한 가식 속에 오늘은 아우성을 들을 수 있어.'라는 가사에 동감하는가? 96년도에 나온 노랫말이 지금도 깊이 동감이 된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그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쩌면 더 심해진 것은 아닐까 우려도 있을지 모르겠다. 이 곡의 마지막 가사를 보면 '바로 오늘이 두 개의 달이 떠오르는 밤이야, 네 가슴에 맺힌 한(恨)을 풀 수 있기를, 오늘이야.'라는 말이 나온다. 사회가 부조리하므로 인해 상처받은 한을 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그 한(恨)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부조리에 맞서 싸우고, 사회를 비판하고, 교활한 권력자들을 향해 목소리를 외치는 것일까? 물론, 그런 것들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서태지가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것은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을 바랄지 모른다. 우리 사회를 기존의 틀에 맞춰 짜인 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올바른 눈'을 갖는 것, 그것이 우리 시대의 한(恨)을 풀 수 있는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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