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홍화씨를 파종하고 있는데 정말 전화가 왔다. 9월 중순에 있었던 해남 귀농학교를 다녀간 참여자 중 한 부부가 다시 우리 집을 찾고 싶어 했었다. '설마!' 했는데 지금 광주 터미널에서 해남행 차표를 끊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서울에서 IT업계 번듯한 대기업에서 일하던 30대 중반의 젊은 부부다. 오자마자 배낭을 내려놓고 밭으로 들어와 홍화씨를 심는다.

서로 어떤 방식으로 심을 것인지 회의를 하고, 일을 분담하고, 작전에 돌입해서는 일사천리(?)로 씨앗을 심어나간다.

현재 남편 분은 지리산 실상사 작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인드라망'이라는 농사학교에 다니고 있고, 아내 분은 귀농운동본부 내 귀농 소학교(토요일마다 모여 함께 농사도 짓고 시대 철학을 배우고 있음)에 다니고 있다. 먼저 귀농을 제안했던 부인이 다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자고 번복하고 있어서 귀농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아내 분은 IT업계에 근무하다보니 신문의 정보기사나 관련 신간 서적을 읽지 않으면 뒤떨어진다는 불안함에 매일 밤을 새워 읽었다고 한다.

남편 분은 회사의 요구만큼 일을 못해내고 있다는 미안함과 후배들의 속도에 대한 두려움이 컸단다. 자본주의 최첨단 산업사회의 중심에 있던 만큼 '나'를 찾고 싶은 열망도 큰 듯하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경치를 찾아다녔지만 이제는 마음이 끌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최고라는 생각을 한단다. 지금 그들은 콘텐츠 관련 일을 농사와 접목시켜보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그들은 밤늦게까지 남편의 꾸러미 사업 명단 엑셀파일을 정리해 주었다. 다음 날 고구마 말랭이 포장까지 도와주고 또 각자 남원 쪽으로 경기도 쪽으로 갈라져서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밑거름을 마련하러 떠난다. 앞으로 귀농의 형태는 매우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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