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나 '말죽거리 잔혹사'와 같은 영화를 보면 6,70년대의 학창시절 모습이 나온다. 까까머리에 교복 모자를 눌러쓰고 교복 단추는 두 개정도 풀고 가방을 옆에 끼는 모습, 검정 치마와 하얀 블라우스 교복을 깔끔히 입고 단정히 양갈래 머리를 하고 다니던 모습,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어도 옛날 흑백 사진 속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순수함과 풋풋함, 그리고 표정에 담긴 진지함이 나를 설레게 한다. 경험해 볼 수 없었던 시절이지만 나에게도 똑같은 학창 시절이 있었기에 함께 공감하며 향수를 느낀다. '클래식'이나 '말죽거리 잔혹사'와 같은 영화가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도 공감을 바탕으로 함께 낭만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에게 '낭만'은 어디에 있을까? 창고 구석에 쌓인 상자 속, 오랫동안 꺼내보지 않은 빛바랜 편지 뭉치들, 좋아했던 그녀에게 고백하기 위해 썼지만 끝내 보내지 못하고 묵혀두었던 낡은 편지지 한 장에 낭만이 있다. 어릴 적 살던 시골에 내려가 지금은 오래되고 허물어져가는 옛날 집 대문, 돌로 긁어 페인트를 벗겨 삐툴삐툴 써내려간 내 이름 석 자에 낭만이 있다.
그리고,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토토와 알프레도가 '시네마 파라디소'영화관 앞에서 찍은 흑백 사진을 보며, 어린 시절 나를 참으로 아끼고 사랑해주셨던 할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찍었던 사진 한 장을 꺼내보며 그리움에 눈가에 맺힌 눈물 한 방울에도 낭만이 있다. 오늘밤, 조용히 거실 의자에 앉아 흘러간 시간 속에 담아두었던 나의 낭만이 지금 어디서 흘러나오는 지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