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년시절의 기억을 되새기며 만든 다락방.
▲ 유년시절의 기억을 되새기며 만든 다락방.
사랑하는 딸!

미운 네 살이라고? 네 살 사춘기가 시작됐나. 그렇게 씩씩하고 늘 웃음이 떠나질 않던 네가 이젠 엄마만 보이지 않으면 울어 대고 고집을 부리니 엄마의 여름은 더욱 덥구나.

엄마도 어릴 땐 아주 많이 울었지. 훌쩍 커서도 한번 울음을 터트리면 그치질 않아서 작은아버지들이 녹음을 해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놀리곤 했단다. 어린 마음에도 뭔가 맘에 차질 않았던 게지. 어른들은 그런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기 보다는 야단을 맞곤 했단다.

그런 나의 맘을 위로한건 할머니의 집과 정원 그리고 이웃집 언니네 초가지붕 밑에 있던 다락방이었단다. 할머니의 방과 대청마루엔 온갖 신기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고 정원엔 사철 꽃이며 먹을거리들로 학교보단 할머니 집에 맘을 빼앗겼지. 할머니집에서 놀다 심심하면 이웃집 언니네 집에 놀러가곤 했는데 아궁이 옆 흙디딤돌을 딛고 올라가면 낮고 좁은방에 어둠과 오래 묵은 책냄새가 잘 섞여서는 어린나의 맘을 뭔지 모를 세계로 이끌었단다. 엄마의 자궁속에 들어온 듯 안온하고 안전하고 신비로왔단다. 엄마가 어른이 되고 사는게 힘들다고 느껴졌을 때 문득 생각난 건 내 유년의 할머니집과 다락방의 기억이었지. 그래 다락방을 꿈꾸고 그 위안과 신비로움을 되새기며 힘든 집짓기과정을 잘 마칠 수 있었단다.

사랑하는 딸! 요즘 마을엔 친구들이 많질 않아서 심심한 너를 보며 한편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사람들과 잘 지내고 즐거운 것도 중요하지만 혼자서도 잘 놀 수 있어야 맘이 깊어지고 행복하단다.

다락방이란 공간은 혼자서도 온갖 상상과 모험을 할 수 있는 신나는 놀이터란다. 이 신나는 경험으로 너도 커서 다락방을 꿈꾸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엄마가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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