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에 전시되었던 '풋나락전'을 감상중인 사람들.
지난 5월에 전시되었던 '풋나락전'을 감상중인 사람들.
나는 2011년 겨울, 고향 해남으로 귀향해 2012년부터 매년 한 번씩 열리는 '해고미술부 동문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전시는 해남군의 지원으로 해남문화예술회관 2층 전시실에서 5일 동안 계속된다. 15년 만에 다시 돌아온 고향 해남에는 전에 없던 크고 멋진 '문화예술회관'이 생겨 제법 무대가 큰 각종 공연들이 펼쳐지고 영화가 상영되기도 한다.

이토록 크고 멋진 해남문화예술회관의 2층 전시실은 용도에 어울리지 않는 문화예술회관의 '섬'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2층 전시실과 1층 다목적실의 위치가 서로 뒤바뀐 듯하다. 전시를 관람한다는 것은 어떤 목적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나가다 우연히 접하게 되는 일상성과 우연성이 가능한 정서적 예술의 형태이다. 하지만 2층에 있는 전시실은 그러한 일상성과 우연성을 차단시켜 버린다.

문화예술회관 1층 다목적실은 각종 문화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어떤 단체나 학교 행사 등으로 대여도 가능하다. '행사'라는 것은 그 일을 하기 위한, 또는 참여하기 위한 목적성이 확실하다. 그러므로 장소가 1층이든 2층이든 상관없이 정해진 장소가 있으면 된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1층 로비에 모여 우왕좌왕 하고 시끄럽게 행사가 진행되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 다른 많은 목적으로 문화예술회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다.

그들끼리 만나 얘기를 나누고 행사에 참여하고 진행을 시키기에도 독립되어 있는 2층이 훨씬 적합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2층으로 이동하는 동안에 1층에서 전시되고 있는 다양한 전시회를 관람하게 될 수도 있다.

문화 예술은 정서를 환기시킬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 정확하게 무엇인가를 제시하기 보다는 그들의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여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 예술의 힘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더욱 더 자극적인 미디어가 등장하고, 사회가 더 빨리 변하고 더 복잡하게 바뀔수록 문화 예술이 사람들 곁에 가까이 있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문화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써 해남문화예술회관의 진정한 발전을 바라고 제대로 된 공간 활용을 통해 군민들에게 최대의 문화, 정서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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