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실장에 모인 농업인과 문화예술인이 담소를 나누며 준비한 상품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모실장에 모인 농업인과 문화예술인이 담소를 나누며 준비한 상품에 대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연일 이어진 비가 말끔히 개인 지난 15일 해남읍 구교리 해남공원에 풍물놀이패와 수십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정성스레 제사를 올린다.

'유세차…, 해남 고을에 농부, 예술가, 생산·소비자들이 모여 새로운 장터를 열게 되었으니…, 삼가 맑은 술과 몇 가지 음식을 정성들여 올립니다. 해남 모실장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고 나눔으로써 성장하게 하옵시고 일과 놀이가 하나되는 자립의 터를 가꿀 수 있게 하옵소서… 중략'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해남지역의 농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양질의 농수산물 판매는 물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이들의 축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과 놀이가 하나되어 자립의 터를 만들기를 원한다. 이는 해남의 다양한 농산물과 수산물, 가공식품 등이 생산되고 있고 생활 문화 예술의 역량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지만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뜻한 바 있는 지역의 문화예술인과 농어업인이 모여 생활문화장터인 모실장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첫 시작은 미약했지만 참가한 농어업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 자녀들과 함께 동행해 지역내 소통의 공간에 대한 첫 인상을 심어주었다. 풍물놀이패의 흥겨운 사물놀이에 모실장에 구경온 주민들과 모실장을 마련한 농어민들은 어깨춤을 추며 덩실거렸고 아이들도 부모를 따라 같이 흥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진정한 소통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켠에서 구워진 군고구마는 소통을 위해 여럿이 나눠먹었다. 현장에서 나눠먹은 군고구마를 통해 서로의 일상을 묻고 좋은 정보를 공유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이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들의 느낌이다.

이번 해남모실장은 새로운 공동체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민과 귀농인 간의 소통의 장, 농업과 어민간의 정보공유, 가공식품에 대한 품질과 유통망의 고민, 자녀의 교육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서로 대화하면서 양질의 농수산물을 구입했다.

서로 신뢰가 바탕이 된 새로운 공동체 탄생을 의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모실장이 자발적인 모임에서 발전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실장에 참가한 한 생산자는 "소비자가 곧 생산자고 생산자가 소비자가 되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시대철학과 상충될 수 있는 소중한 시도"라면서 "이젠 시도에서 성공으로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모실장의 모습을 위해 많은 고민과 대화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3월 모실장은 오는 3월 15일 해남공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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