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준 호(원진교회 목사)

박 준 호(원진교회 목사)
박 준 호(원진교회 목사)
오늘 우리는 사회에 희망이 없다는 말을 곧잘 한다. 실제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 어느 부분을 보아도 희망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왜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까?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를 위한 법과 원칙이 무시되고, 모두가 인정하는 기본적인 상식을 뒤엎는 구조적인 불의와 부조리 때문에 그렇다.

구조적인 불의와 부조리앞에서 한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많이 느끼게 되고, 그로인하여 지극히 나약한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절망하고 체념하게 된다. 그런 절망적이고 암울한 현실 속에서 희망의 씨앗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얼마전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속에서 고졸 출신 변호사인 주인공은 학벌이 없다는 이유로 동료법조인들에게도 공공연하게 무시를 당하고, 처음에 그저 돈되는 일들을 처리하고 돈을 버는데만 열중하는 변호사였다.

때는 전두환군사독재시절 초기인데, 어느날 예전 어려웠던 시절 신세를 진 국밥집 아주머니의 아들이 공안당국에 의해서 잡혀간다. 아들은 대학동아리에서 사회과학서적을 읽는 독서모임을 했고 공단여공들을 위해 야학교사를 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모진 고문을 통해 거짓자백을 받고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고 공산주의 반국가단체를 모의했다고 기소한다.

처음에는 지인의 간곡한 부탁때문에 변론을 맡았는데, 모든 것이 정당성이 없는 쿠데타정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조작되었다는 것을 알고, 진실을 밝히고 피고인들의 무죄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변론을 한다. 그로인해서 개인적으로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변론을 맡는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속물변호사가 인권변호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 영화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시절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필자는 영화를 보면서 부당하게 고난당하는 동료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가지고 어떤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재판이 끝날 때까지 변론하는 지극히 양심적인 한 변호인을 보았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을 보게 되면, 대부분의 독일국민들이 히틀러를 지지했다. 전쟁을 통해 엄청난 사람들을 죽이고, 무고한 유대인 수백만명을 학살하는 천인공노할만한 만행이 저질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침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히틀러에 저항했던 소수의 사람들이 있었다. 특별히 당시 기독교회에는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가 있었다. 본회퍼목사는 천재적인 신학자요, 양심적인 목회자였다.

다수의 교회와 목회자가 히틀러를 구세주처럼 떠받들 때, 본회퍼목사는 히틀러에게서 악마를 보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한다.  

'미친 운전수가 백주에 인도로 차를 몰아 사람을 죽이고 있다. 나는 목사로서 죽은 사람의 장례나 치러주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것으로 내 할 일을 다했다고 할수 있을까? 그 미친 운전수를 운전대에서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나?'

본회퍼목사는 미국으로 가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로 돌아가 히틀러 암살단에 가입한다. 그러나 사전에 발각되어 감옥에 갇혔고, 전쟁이 끝나기 얼마전인 1945년 4월 9일, 39살의 나이로 교수형에 처해져 세상을 떠나게 된다.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지만, 불의에 저항한 신앙양심과 부당하게 고난당하는 동료인간에 대한 뜨거운 인간애는 길이 귀감이 되고 있다. 

오늘 사회가 아무리 암울하고 절망적이어도 부당하게 고난당하는 동료인간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양심적인 한 사람이 있다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소수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어왔기에 오늘 우리 사회가 무너지지 않고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 사회에도 각계, 각처에서 그렇게 선량한 양심과 뜨거운 인간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서 희망의 바람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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